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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ARE BETTER THAN ONE

5 [2015] 2015. 9. 24. 11:36





루호 - 예호 - 둘이서




아기가 밥을 먹을 때마다 입술이 파래지지 않을까 주의 깊게 봐야하는 일.

배냇짓이 혹시 경기가 아닌지 걱정하는 일.

태어난 지 열흘 된 아이가 하루에 세 명의 의사선생님에게 진료를 받고

검사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는 일.

그런 작은 아이를 안고 타는 가슴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일. 

그런 가족들의 불안함을 느끼며 씩씩하게 유치원으로 들어가는 일. 


네 명의 가족 모두에게 갑작스런 일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잘 해내고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퇴원 후 처음으로 병원 진료를 갔을 때 잘먹고 잘 자라고 있다며 약을 모두 끊어보자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나 기쁜 일이지만 혹시나 약을 끊어 잘못되지나 않을까 엄마 아빠에겐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된다. 

엄마 아빠가 그런 걱정 밖에 하지 못할 떄

외할머니는 3일간 금식기도를 시작하셨고,

엄마와 아빠도 아침금식에 동참시키셨다. 

마지막날 아침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아빠는 그저 심심풀이로 농구선수 제레미 린의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코믹하고 귀엽고 농구선수들 많이 나오는 뭐 그런 영상이었는데 마지막에 성경의 한 구절이 나왔고

아직 큐티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퍼뜩 놀라 성경책을 펼쳤다. 

그 때, 하나님이 언제인지 알 수도 없는, 시간전의 시간에 준비하신 말씀을 주셨다.  

전도서 말씀이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은 것은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넘어지면 다른 사람이 일으켜 준다. 그렇지만 넘어져도 일으켜 줄 사람이 없는 사람은 불쌍하다. 

둘이 함께 누우면 따뜻해진다. 하지만 혼자라면 어떻게 따뜻해질 수 있을까?

혼자서는 원수에게 패하더라도, 둘이라면 능히 방어할 수 있다. 세 겹으로 꼰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법이다. 

(전도서 4:9-12) 


아빠는 멍하니 동영상을 보다 허겁지겁 말씀을 읽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꺽꺽거리며 참는 울음을 울다 기도를 한다. 

이 형제를 축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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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이가 태어나면 즐길 수 없을 시간들을 미리 저축하듯이 즐겨둔다. 

그리고 힘든 시간이 오면 꺼내서 위로받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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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추첨에서 떨어져 대기 중이었던 영생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다. 

제주도로 떠나는 아이가 있어 루호차례가 돌아왔다고!

엄마 아빠는 물론 외할머니도 무척이나 반가워할만한 기쁜 소식!

엄마는 아직 어떨떨해 했지만 아빠는 본향에 돌아간 것 처럼 안심되는 마음이었다. 

어린이집에도 적응이 어려웠던 루호는 어린이집에 이제 못가는 게 슬프다고,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몇 번 말하긴 했지만

어린이집 때와는 달리 왠지 적극적이지 않은 표현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처음 유치원에 등원하고 돌아와서는,

너무너무 재밌었다며 비행기 날개 모양으로 큰 재미를 표현하고는 신나서 춤추고 변장하고 뛰어다녔다. 

항상 좋은 곳으로 데리고 다니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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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사진

5 [2015] 2015. 8. 25. 15:17





용호 삼촌네 가게에 가기로 해 동네처럼 편하게 나섰는데 갑자기 이모가 가로수길에 가자고 해서 마치 관광객처럼 돌아다니는 동안 선화 이모가 관광사진을 많이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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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클라시코

5 [2015] 2015. 8. 25. 15:11




아빠가 공원에 가자 하니 루호는 축구를 하고 싶다며 축구복을 챙겨 입었다. 

최근에 국가대표 축구복도 사줬는데 바르셀로나를 더 좋아해 그걸 챙겨입기에 

아빠는 얼씨구나 하며 오래전 사둔 레알마드리드 유니폼을 맞춰 입었다. 

언젠가 루호와 함께 캄프 누 에 가기를 꿈꾸는 건 아들을 가진 아빠의 특권이겠지. 


10-11 바르셀로나 홈 VS 00-01 레알마드리드 홈

캄프 누 는 아니고 삼일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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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home

5 [2015] 2015. 8. 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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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주간

5 [2015] 2015. 8. 17. 14:47

둥이네 덕분에 용산기지 수영장에 다녀와서는 '수영장에 미국 사람이 많았어!' '여행 온거 같다. 자고 가고 싶어.' 라며 아쉬워했다. 엄마와 아빠는 오랜만에 옛 추억에 즐거웠고 아쉽기는 루호와 마찬가지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라운지 디 레스토랑. 엄청나게 북적거리는 분위기지만 맛은 기대이상. 


성만들기 좋아하는 루호에게 딱 좋던 집짓기 놀이. 


종이를 단 한 장만 주는 매정함에도 천진난만한 루호.


제법 시원해진 그늘에서 음료마시기! 그 사이 아빠는 보고 싶었던 전시를 보고. 


예약된 충치치료를 받는 루호. 울지도 않고 충치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는 엄마 아빠의 마음엔 대견함이 가득하다. 


그리곤 외할머니 댁에 가서 신나 점프!


이모가 사준 태극기를 걸고, 이모와 만나 키즈카페도 가고, 이모가 삼일공원도 가주고. 그 사이 엄마와 아빠는 루호방 대청소와 침대 이동 작업 중. 광복절에 대한 설명은 아직 루호에겐 어려운 듯.


짜잔. 엄마아빠 침대 옆에 루호의 침대가! 루호는 침대를 건너 뛰며 신나 했고, 그날 밤 두 번 떨어지긴 했지만 다음 날 일어나서 '뒹굴거리다 떨어졌어. 두 번.'이라며 지난 밤의 실수를 고백했다. 



잘 납득이 가는 건 아니지만 70주년 광복절을 맞아 임시 공휴일이 생겨 루호에겐 또 특별한 스케쥴이 짜여졌다.

화요일, 용산미군기지 수영장. 목요일, 할머니와 롯데월드 수족관. 금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관 및 치과치료 및 외할머니 집 방문. 광복절 토요일 이모와 데이트. 그리고 주일. 현휴가 끝나는 날 엄청난 폭우가 내렸고. 가족은 폭우를 뚫고 가 부대찌개를 먹었다. 루호와 부대찌개라니. 엄마와 아빠가 스무살 시절 먹던 음식을 이제 루호와 함께 먹는 감격을 맞본다. 루호는 사진을 보고 곤드레밥이 먹고 싶다더니 진짜 한 그릇을 다 먹는다. 폭우로 강물처럼 물이 흐르는 길에서도 '홍해야! 홍해! 갈라져라!' 하며 신이 나 첨벙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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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심장

5 [2015] 2015. 8. 3. 16:52




엄마는 여느때 처럼 팔복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병원에 갔다가 갑작스런 소식을 들었다. 

심장에 혹이 있다고 했다. 

건강하게 자라던 팔복이에게 갑자기 생긴 혹이었다. 

웬만한 건 웃어 넘기던 의사가 흔하지 않은 경우라며 소견서를 써주었고

엄마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강남성모병원에서 검진을 받던 날,

지긋지긋하게 오래 기다리고 지쳐 만난 의사는 뜸을 들이며 팔복이의 키며 몸무게며 모든 것들이 잘 자라고 있다고 말하고는

심장의 혹 이야기를 했다. 

엄마 뱃속의 작고 작은 팔복이에게 2센티의 혹이라니.

천천히 뜸을 들이며 말을 해주어도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심장소아과와 협진이 필요하다며 또 예약을 하라고 해 간호사들이 달려왔는데

그 조심스런 표정들이며 건내준 '선천성기형협진' 안내 책자를 보니

엄마와 아빠는 지금껏 생각하지도 못한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는 듯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님의 의도는 때로 우리를 의아함으로, 고통속으로, 슬픔으로 치닫게 한다. 

한 번도 하나님의 잘못인 적 없는 그분의 의도. 

아무리 신뢰 하려고 애를 써도

작고 악한 우리는 스스로 안에 갖혀 불행해지고만다. 


잠시 불행했지만, 엄마와 아빠는 또 하나님을 깨달으려 애를 쓴다. 

기형아 검사를 하지 않으며 어떤 아이를 맡겨 주셔도 키우리라 했던 말들을 떠올린다. 

또,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하나님이 시킨 것들을 감당하리라 기도 했던 것들을 기억한다. 

'이제 인생 시작이야.'

아빠는 다짐하며 엄마에게 말했다. 

어떤일이 일어날지 생각하지 않는 다짐.

잘 할 순 없지만 어떻게 되어도 감사하려는 다짐. 


'하나님은 너를 사랑해 얼마나 너를 사랑하시는지. 너를 위해 저 별을 만들고 세상을 만들고 아들을 보냈네.'

가정예배 시간에 팔복이를 위한 찬양을 드렸다.

루호는 "아빠가 좋아하는 찬양이지?" 했고.

아빠는 "응." 이라고 말했다. 

아빠는 마음 속으로 외쳐본다. 

'나는 아빠다! 걱정하지 마!'


힘든 며칠을 보내고 다시 병원에 갔다. 

진료 전에 수납을 한다. 

진료비가 비싸다.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아픈 것이니 보상이 어렵다는 보험사의 말을 듣고 난 뒤라 더 그런 느낌이지만.

돈 걱정이라면 어차피 익숙하니 오히려 돈 걱정이라면 얼마든지 하겠다는 기분이 든다. 


'고위험성 산모 지원' 안내 책자를 들고 있는 간호사의 모습을 보니 또 한 번 암담함이 몰려 드는 것 같다. 

엄마가 초음파를 보는 동안 아빠는 따로 앉아 '골로새서'를 읽는다. 


"이는 저희로 마음에 위안을 받고 사랑 안에서 연합하여 원만한 이해의 모든 부요에 이르러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려 함이라."


'김지혜 산모 보호자 들어오세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 장면.

사랑하는 사람을 진료실에 들여보낸 사람들은 아는 그 순간.

그리고 마침내 심장 전문의가 말헀다. 

'걱정할 필요도 없고, 걱정해도 변하는 건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심장속의 종양과 그 크기도.

그것이이 팔복이를 위험하게 할 수도.

혹은 태어 난 뒤에도 문제가 될 수도.

그로인해 가족의 모습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질 수도.


그렇지만 모든 게 변했다. 

망설이고, 또 모른 채 버티며 미뤘던 회개의 기도.

이런 큰 사건이 없이는 되지 않는 포기.

하나님의 선물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

우리를 위한 사람들의 기도.


우리 가족은 다시 행복해졌다. 

하나님은 또 묵묵히 하던 대로 하시고,

우리는 조금 더 천진난만하게 지내고 있다. 

'엄마 조금 놀아도 돼?' 

아무렇지 않게 자기 방에서 놀고 있는 루호처럼.

그냥 놀면 밥주고, 씻겨주고, 놀아주고 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루호처럼.

우리 가족 모두가 천진난만해지려 한다. 

하늘 아빠도 이렇게 말하고 계시겠지.

'나는 아빠다.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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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들 오는 날

5 [2015] 2015. 7. 17. 14:00






루호에겐 친가쪽으로 8명의 고모와 1명의 삼촌이 있다. 

미국에서 쭈쭈 고모가 와서 모든 고모와 삼촌을 초대했다. 

일본에 있는 지숙 고모를 빼고 모두가 모였다. 


방을 가득 채운 고모들이 루호만 바라보고

루호가 하라는대로 뭐든지 해주고

무슨 말을 해도 웃어 주었다. 

루호는 행복에 겨워 보였다. 

사랑 받을 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환희 같은 것이

루호를 간질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빠가 삼촌과 뒷산에 놀러가 총싸움 놀이를 하던 추억에 빠지는 것처럼.

고모 친구들과 놀이동산에 놀러가 풍선껌 나눠주던 기억에 여전히 부끄러워 하는 것처럼.

루호도 이 행복한 기억을 평생동안 꺼내 기억하며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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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한동안 몸이 안좋았다. 

잠시 괜찮았던 며칠을 제외하면 거의 두 달 동안 고생을 했다. 

그런 걸 잘 알리 없는 루호는 아침을 먹을때면 '아빠는 아프니까 죽 먹어' 라며 나름대로 아빠를 배려(?)했고,(자기는 먹고 싶은 빵 먹고)

그런 루호를 보며 아빠는 되려 아프면 안된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도 루호는 늘 즐거워야 했고,

어느날은 서울 타워에 잠시 들르기도 했다. 

어디서든 신날 수 있는 루호는 전망대에서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데

아빠가 몸이 안 좋으니 따라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뒤로 제주도 휴가도 다녀오고 아빠의 몸이 좀 좋아지고

아빠에게 매달리며 놀던 루호는

"아빠는 힘이 제-일 세. 아빠는 힘이 빠지지 않을 것 같아." 라고 했다. 

루호가 아빠보다 힘이 세지기 전까지는 

아빠는 루호에겐 슈퍼맨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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