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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그동안 하던 일을 그만 두게 되었고

마지막 출장으로 부산에 갔다. 

그동안 여러번 부산을 오가면서도 부산을 구경할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엔 마음먹고 루호와 동행을 결심했다. 


루호는 기차에 타자마자 언제 도착하냐며 당황하게 했지만

열차에서 먹는 간식에 만족하며 여정을 즐겼다. 

비싼 호텔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이런 곳이야!' 하며 좋아했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놀이를 하는 것도

아빠가 일해야 하는 백화점에서는 전동자동차를 처음 타 보며 즐거워했고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싶다고 해 2층 버스를 처음 타기도 했다. 


부산삼촌으로 통하게 된 현탁삼촌의 미니를 타고 부산을 누비고 

둘째 날 아이언맨 장난감을 선물 받기도 했다. 

그 뒤로 루호에게 모든 미니는 '부산삼촌의 차' 로 통한다.  


바닷가에선 엄마를 위한 조개를 주웠다. 

예쁜 것으로 줍자고 했는데

플라스틱 조각이며 유리조각도 루호에겐 조개처럼 예쁜 것인지

유리병 안엔 잡다한 것들이 모였다. 


루호는 피곤했는지 돌아오는 기차에서 오징어를 씹다 말고 잠이 들었다. 

비로소 첫 아빠와의 기차여행은 행복하게 마무리.

또 다시 기차여행을 갈 수 있기를. 

엄마와 예호와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그게 빨리 일어날 일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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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엄마와 친한 친구들이 

오자매라는 이름으로 친한 친구가 되었을 땐 
이렇게 많은 꼬마들이 태어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십대소녀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잖은가,
엄마가 된다는 건. 


막연히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건, 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도 착각에 가까운 상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잠들지 못하는 밤,

아픈 아이를 안고 속이 타버릴 것 같은 고통을 견디는 것,

아이를 낳은 자신의 몸이 변하는 걸 어쩌지 못하는 처지.

몇년째 겨울옷을 사진도 못하고 기저귀며 아이들 옷을 큰 결심으로 장바구니에 담는 일상. 

그런 걸 상상하지 않았을 테니. 

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기꺼이, 또 기쁨으로 해내게 하는 아이들과 함께 

다들 모여 사진을 찍는다. 

다만 아직 그런 일들을 겪지 않은 고영이모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간접경험을 풍부하게 쌓아가는 중이고.

유일한 커리어 우먼으로 품격을 유지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똑같은 옷을 챙겨 입고 엄청난 소란을 일으키며 

자신들이 주인공인 양 파티를 즐겼다. 

그것이 엄마와 오자매이모들이 20년간 이룬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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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텔레비전에 자기가 나오면 좋겠다는 루호는 

여전히 춤이나 무용에 관심이 많다. 

마침 연말을 맞아 공연 연습을 하면서 무대에 선다는 상상에 설레는 모양이다. 

아빠는 혹여나 춤이나 무용 혹은 발레를 배우게 해야 하는데 하는 조바심에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에 비해 소질이 있는지는 반신반의.

드디어 발표 날. 

춤도 야무지게 하는 편이지만 표정이 그럴싸하다. 

잘하고 싶은 마음, 진짜 우러나온 즐거움이 보여 그게 감동적이고 대견하다. 

춤과는 남극과 북극처럼 먼 엄마아빠에게서 태어나 이런 모습을 보이니 더욱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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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호 100일

5 [2015] 2016. 1. 27. 12:24







생각보다 평온했다. 

예호의 100일은. 

태어나자마자 겪은 폭풍 같은 병원 생활을 이겨낸 뒤 

산들바람 같은 일상은 평온하게만 느껴졌고 넉넉하던 옷들은 금세 작아졌다. 


엄마와 아빠에겐 큰 감사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요란하게 기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생각날 때마다 예호를 위해 기도해준 또다른 보호자들을 위해 축복기도할 뿐이었다. 

예호가 괜찮다는 생각만 하면 행복하다는 할아버지는 

식사라도 하자고 하셨고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한숟갈 한숟갈이 새로운 생명의 만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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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호 보는 루호

5 [2015] 2015. 12. 7. 13:32









동생을 예뻐하는 루호는 예호가 울면 딸랑이 장난감들을 예호 곁에 나란히 가져다 놓는다. 

예호는 형이 가까이 오기만 해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좋아한다. 

어쩌면 사이 좋은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싸우면서도 서로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형제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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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호섭 장로님이 보내주신 사진.


예호가 2015년 11월 22일 유아세례를 받았다. 

아빠의 마음은 뭐랄까 이제 됐다. 하는 안도감이었다. 

아직 너무 작은 예호는 어딜 가나 

조그맣다, 작다, 귀엽다. 같은 찬사를 받고 있는데

이날 세례를 받은 아기들 중에서도 막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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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다시 일상

5 [2015] 2015. 11. 18. 17:34















예호와 함께 온가족이 모두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갔다.

11월 8일 예호가 태어난지 58일째 되는 날.

기도해준 가정사역부 분들이 반겨 주던 순간은 

호호네 가족에겐 감격적이고 감사한 순간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아침은 여전히 모두에게 힘들지만

예호는 네시간 정도 쭉 자기도 했다. 

아침이면 루호는 예호 곁으로 가 토닥거리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 재우기 보다는 깨우는 편이지만.

어느날은 아빠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예호는 누워 옹알이를 하며 놀고 있었고,

루호는 그 옆에서 혼자 무슨 놀이를 하며 놀다 아빠를 보고 인사를 했고,

엄마는 편안한 표정으로 아빠를 맞이했다. 

엄마와 아빠 결혼 기념일을 맞아 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관에도 갔다. 

루호는 이제 친구를 잘 사귀어 옆에 놀러온 누나와 형네 집에 방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 다음 돌아온 주일에는 남산으로 가서 산책을 하기도 했다. 

이제 잠들기 전 아빠의 축복기도를 받을 때 루호는 예호를 챙기며 기도를 함께 해달라고 한다. 



행복을 벌써 느껴도 될까요?

마음이 넓은 하나님. 

벌써부터 호호 가족에게 날마다 선물을 듬뿍담뿍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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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사랑을 받고 자라온 루호는 다섯번째 생일을 맞아 네 번의 공식 행사를 치루었다. 

외가 생일 파티-친가 생일 파티-삼촌 이모 서포터즈 생일파티-생일당일 파티


엄마와 아빠는 너무 많은 축하와 선물에 버릇 나빠지는 게 아닌지 걱정되면서도

또 받은 사랑으로 자라나는 루호가 사랑스러워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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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다녀오던 날

5 [2015] 2015. 10. 29. 15:55





그동안의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

전에 했던 뇌mri, 이번에 한 뇌유발검사, 뇌파 검사, ct 쵤영.

모두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드디어 들었다.


아직 심장의 혹도 살펴봐야 하고 혹시 모를 것들에 대해 두달마다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파티를 하기에 충분히 기쁜 소식.


가벼운 마음으로 진료 중간에 점심식사도 하고,

루호를 유치원에서 데려온 뒤 조금 무리를 해서 예호가 태어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갔던 커피숍에도 갔다.


루호 형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아, 혹시나 사랑 받지 못할까봐, 관심 받지 못할까봐

예호는 태어나자마자 큰 사랑을 요구하는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을 받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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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돌보기

5 [2015] 2015. 10. 13. 15:40

 

 

 

 

태어난 지 한 달 된 예호는 잘 먹고 잘 자라서 이제 4.1kg이 되었다.

영아산통인지 배앓이인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낑낑 거리는 통에 엄마와 아빠는 수면부족과 피로에 시달린다.

그렇게 예호가 칭얼대거나 울면 루호는 '내개 갈게!' 소리치고는 달려가 예호를 마주보곤 한다.

자기도 예호와 똑같이 잠안 자고 예민하게 굴었던 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거나 믿음대로 응급실이나 병원 달려갈 일 없이

보통 아이처럼 그냥 잠못자고 힘들게 하루하루 자라나고 있음이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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