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이의 출산 때문에 미리 여름 여행을 다녀오게 된 루호네 가족.
작년에 이어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
너무 아름다운 제주로 다시 가게되어 기뻤다. 다만, 가는날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
제발 수영장이 있는 호텔로 가는 목요일에서 금요일에만 비가 안오게 해주세요.
루호가 일년 내내 기다려온 제주도에서의 수영만은 꼭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했다.
작년에 비행기를 타고 귀가 아파 애를 먹었던 루호는 기특하게도 울지도 않고 엄마 아빠를 따라 잡지를 보며 여유롭게 비행을 즐겼다. 도착한 제주는 잔뜩 흐렸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처음 가보는 휴양림 숙소는 생각보다 너무 좋았고 저멀리 어둔 숲에서 우리를 구경하는 노루 두마리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모든 게 즐거웠지만 이번 여행의 놀라운 깜짝 이벤트는 겸이 형아네 가족과 만나는 거였다.
루호네 가족의 회유(?)에 힘입어 하루 전 극적으로 여행지를 제주도로 바꾼 겸이네 가족은 제주에 와 있었고,
엄마와 아빠는 망설이다 연락해 만장굴에서 만나기로 했다!
무서워할 줄 알았던 만장굴에서 루호는 진이 누나와 데이트를 위해 다른 어른들이 다 돌아갔는데도 자기는 더 들어가보고 싶다며 전진했다. 돌아오는 길에 살짝 물어보니 준이 형보다도 진이 누나가 더 좋다는 고백을 몰래 들려줬다.
비가 와 갈 곳이 적당치 않았는데 윤목사님께서 물고기 잡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에 예약을 해두셔서 가 보았다.
어른들의 눈으로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는데 루호는 어찌나 즐거웠는지 돌아온 뒤에도 문어잡으러 다시 가고 싶다고 얘기하곤 한다.
겸이형네 가족은 먼저 서울로 돌아가고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서의 하루.
아침이 밝았는데도 하늘은 여전히 어두컴컴하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도 불었다.
그래도 심하지 않으면 수영을 하자고 생각하며 아침을 먹는데,
아침을 먹는 동안 저 멀리서부터 밝아지더니 아침식사가 끝날 무렵엔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햇빛이 쨍쨍 비춰 루호는 소원하던 수영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가까스로 비행 시간에 맞출 정도로 마지막 까지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제 돌아갈 시간.
너무 늦게 공항에 도착해 온 가족이 흩어져 앉아야 했지만 루호는 씩씩하게 자리를 지켰다.
뒤돌아 보니 더 꿈만 같던 제주도의 여행.
팔복이가 태어난 내년에는 갈 수 없기에
더 꿈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