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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강원도

12[2022] 2022. 8. 8. 12:29

최근에 촬영과 공연사전방문 등으로 혼자 혹은 가족과 떨어져서 강원도를 다녀오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좋으면서도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결혼한 남자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하고 나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나는 강박적으로 가족과의 시간을 집착하는 것 같다. 쉬어도 눈 앞에 가족들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그나마 안심이 되는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이번 출장은 하루 먼저 가족과 와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여행을 충분히 즐길 시간이 없으면 가성비를 따지며 더 여유있는 날로 여행을 미루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은 따지지 않고 아이들 수업을 마치는대로 출발해서 같이 저녁시간이나 보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떠나왔다. 다행히 다음날 일하는 가까운 곳에 새로 생겨서 아직은 저렴한 캠핑 트레일러를 찾아 묵었다. 강원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저녁을 먹고 치즈를 사와서 불멍을 하며 구워 먹고, 영화를 보다 잠이 드는 짧고 별 것 없는 일정이었다. 출장비가 어디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돈 써가면서 겨우 저녁시간을 보내는 것이 누가 보면 지나치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의 요즘은, 아니 나의 요즘은 반나절이라도 같이 있고 싶은 연약함 가운데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호호형제는 예상하지 못한 여행이 즐거울 것이고 나는 그런 표정들을 보며 또 연약함에서 벗어나는 것이겠지. 

밤새 비가 많이 왔거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다. 근처 당림초에서 아침부터 사작된 국악공연과 디자인수업은 잘 마쳤고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었다. 일을 마친 지은이모, 미사이모, 수현이모와 함께 닭갈비도 먹고 카페에서 디저트도 먹는 동안 충분히 많이 내리던 비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세졌다. 하지만 이모들은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호호형제가 거의 타본 적이 없는 (예호는 처음) 기차를 함께 타 주었고 덕분에 엄마 아빠도 돌아가는 길에 오붓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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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 10주년

12[2022] 2022. 8. 4. 19:20

여기 있는 아이들이 세상에 한 명도 없었을 때부터 모임이 시작되었는데 아이들로 정신 없는 걸 보니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싶다. 
모여서 뭐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좌충우돌 하던 그 시절도 이젠 추억이다. 
휠체어 타고 눈 가리고 주위에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던 어린 날부터 시작해서 책도 내고 방송 출연도 하고 나름 뭔가 하긴 한 것 같은데 이제는 자기 가족 건사하기도 힘겨워 보인다. 태훈이는 베트남에 있고 우리도 겨우겨우 모여 십주년이란 타이틀로 사진 한 장 남길 뿐이다. 

예호가 뱃속에 있을 때 루호도 함께 휠체어 지도 그린다고 여기저기 쏘다니고 휠체어 체험도 했던는데 나중에 기억을 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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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는 중학생이지만 우리나라의 중학생들과는 많이 달라서 좀 더 순수하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래서 영화를 보자 하니까 무서울 것 같다며 거부하고 -물론 루호와 함께 볼 수 있을 12세 관람가- 대신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작년까지는 마당에 풀장을 펴고 같이 놀 수 있었는데 이제는 준이도 크고 호호형제도 커서 이제는 도저히 놀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날씨도 너무 덥고 시원한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박물관이야말로 더 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준이는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 했고 루호는 고려청자, 예호는 안내 로봇에 관심이 있었다. 예호가 약간 지루해할 즈음에 만화를 볼 수 있는 전시물이 있어서 다시 집중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 배운 측우기가 나오니까 또 재밌어 했다. 결국 저녁 먹을 시간까지 관람을 했는데 준이는 앞으로 몇일간의 일정이나 출국하는 일정 같은 시시콜콜한 것을 말해주며 내 대화상대가 되어주기도 했다. 저녁을 준이에게 고르라고 하니까 옵션을 달라고 해서 점심에 햄버거를 먹었으니 그것만 빼고 고르라고 하자 쉑쉑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돈까스는 어떠냐고 했더니 4일동안 돈까스를 먹었다고 해서 중국집, 피자 등등으 옵션을 말해줬지만 대답이 없었다. 준이는 좀 더 고민을 하더니 의외로 순두부찌개를 먹겠다고 했다. 맵지 않냐고 하니 순두부찌개는 안 매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관람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고심 끝에 순두부찌개를 먹을 수도 있고 다른 메뉴도 있는 곳을 찾아 갔는데 준이는 메뉴 사진을 보더니 치즈고구마돈까스를 시켰다. 4일동안 돈까스를 먹었다더니, 순두부찌개를 먹고 싶다더니 다시 돈까스라니 너무 웃겨서 루호를 쳐다보니 루호도 큭 하고 웃었다. 준이는 이렇게 엉둥한 매력이 있지만 또 여전히 동생들을 잘 챙겨주는 형아였다. 저녁 먹고 잠시 놀이터에 갔는데 예호와 잡기놀이를 해주며 놀아주느라 땀에 또 흠뻑 젖어버렸다. 사실 박물관에서는 여전히 서먹해 보였는데 저녁을 먹고 잠시 노는동안 다시 친해져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름마다 잠시 만나지만 그래도 한참동안 준이 형아를 찾았던 호호형제였는데 이제 너무 커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든다. 남은 여름 준이도 바쁘겠지만 더 기억할 거리를 함께 만들고 돌아가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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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행 1

12[2022] 2022. 7. 19. 11:56

 

 

지혜의 수술과 입퇴원 일정, 퇴원 후에 잡힌 또 다른 검사들의 날짜를 잡으면서도 예약해 둔 이른 휴가를 염두해 두고 있었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위약금을 각오하면서도 예약들을 취소하지 않았던 건 간절함 때문이었다. 지혜의 체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여행은 취소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것으로 충분히 감사했다. 

부모님과 함께 가는 여행이라 호기롭게 차를 렌트했다. 다행이 40% 할인을 받았어도 숙박보다도 더 많은 돈이 들었지만 그래도 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싶었달까? 익숙하지 않은 큰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하필이면 엄청난 폭우 . 몇미터 앞을 보기도 힘들었고 고속도로지만 모든 차들이 비상깜빡이를 켜고 서행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비가 너무 심하니 쉬었다 가자고 하셨지만 휴게소는 이미 한 번 다녀왔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천천히 계속 달렸다. 그런데 산맥을 통과하는 터널을 지나가자 거짓말처럼 해나 나왔다. 첫번째 목적지 강릉에 도착해 내렸을 땐 완벽한 날씨가 되어 있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신기한 일이었지만 지난번 부모님과 휴가 때에도 태풍 중에 휴가 기간 동안 좋은 날씨를 주셨던 터라 가족들은 신기해 하면서도 '그럼 그렇지'하는 분위기였다. 

비가 올까봐 선택한 아르떼뮤지엄은 너무 루호 스타일인가 싶었지만 의외로 뛰어다니며 즐긴 예호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줄서서 찍는 포토 스팟에서 루호가 포즈를 잡자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으니 인싸는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고 예호는 신기한 미로에라도 들어온 듯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 아버지도 이런 전시가 흥미로우신 듯 재밌게 둘러보신듯 했다. 눈으로 보는 것 말고도 음악이며 향기까지 기획한 센스가 놀라웠다. 더 여유롭게 한참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마침내 강릉 바다에 가자 루호는 파도 소리를 녹음하며 눈으로 풍경을 보고 춤을 추었고 예호는 강아지처럼 날뛰었다. 물론 조금 추워 옷을 적시지 말라고 했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옷을 적셔버린 예호였다. 바다를 보자 그래도 여행을 떠나온 실감이 났고 비를 뚫고 온 보람이 느껴졌다.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마침 할아버지 생신이라 함께 생일 축하하며 간식을 먹었는데 방금 저녁을 먹고 온 애들은 마치 밥때라도 된 듯 먹어치웠다. 그리곤 골아 떯어졌다. 
아침이 되어 거실로 나가보니 아이들은 창문에 머리를 박고 수영장이 언제 열리나 바라보고 있었다. 오픈 시간인 아홉시가 되기 전부터 옷을 갈아입고 나가서 지칠 때까지 수영을 했고 이후로 밤타임, 다음날 아침타임까지 여섯시간이 넘게 수영을 했다. 역시 아이들은 수영이 최고다.  

수영을 쉬고 칠성조선소에 갔다. 얼마전까지 배를 만들던 곳을 카페로 개조한 곳이었다. 예호는 계속해서 '배는 어딨어요?'라고 물었다. 배를 만들던 곳이라고 해서 큰 배를 포함한 이런저런 배를 구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나마 남겨져 있던 배를 만들던 기계들을 보고 돌릴 수 있는 건 다 돌려보고 눌러지는 건 다 눌러봤다. 바다와 호수를 보며 쉬는 시간은 행복했다. 그리고 해수욕장에도 가려고 했으나 햇살이 너무 강해서 포기. 다음 목적지였던 시장으로 향했다. 회는 전혀 볼 생각이 없었는데 예호가 물고기며 킹크랩을 보고 싶다고 들어가니까 나머지 식구들이 다 따라 한 바퀴를 돌았다. 지혜는 술빵을, 루호는 떡갈비를 골라서 둘 다 시장에선 인기 상품이라 줄을 서서 샀다. 

마지막 일정은 설악산이었다. 어릴적, 그러니까 이상은이 담다디로 강변가요제 대상을 타던 해의 여름이었다. 그 여름에 설악산으로 가족여행을 갔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해서 너무나 울창하고 깨끗한 숲에 엄청나게 거대한 거미줄과 거기 맺힌 이슬까지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을 곱씹으며 행복해하는 나처럼 아이들도 그런 기억을 가질 수 있을까?
급한 마음에 점심도 미루면서 달려왔는데 주차장이 만원이라 차들이 잔뜩 밀려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려 했는데 못 탈까봐 조바심이 났다. 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케이블카를 예약하러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동안 땀이 났다. 그만큼 맑고 더운 여름날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풍경을 보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다행히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고 기다리는 동안 예호가 궁금해하던 벌집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예호는 벌집 속에서 벌이 나오면 어떡하냐며 입에 대지도 않았다. 간식을 먹고 나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 봉우리에 올랐다. 조금 더 올라가면 권금성이라는 봉우리에 올라갈 수 있었고 어린이도 갈 수 있을 정도의 잠시의 산행이었지만 땀이 비오듯 했다. 그러나 정상에서 보는 광경은 몇분의 노력을 들이기엔 충분한 것 같았다. 다만 너무 덥고 해를 피할 수도 없고 돌 절벽이라 꽤나 위험한 곳이라 다른 식구들은 모두 내려갔지만 루호는 좀 더 올라가 보고 싶다고 했고 둘이서 결국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나에게 없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종종 루호에게서 발견하고 그래서 그럴 때마다 대견하다. 덕분에 여러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더 절벽쪽으로 내몰았다면 더 드라마틱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위험해 보였다. 아직 체력이 완전하지 않아 지쳐버린 지혜에게 전화가 왔고 서둘러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서울로 향했다. 좀처럼 차에서 자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피곤했는지 차에서 잠이 들었다.

좋았던 여행의 아쉬움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다른 여행을 기대하는 마음 뿐이겠지. 장마 중이지만 그냥 여행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만했는데 거짓말 같은 멋진 날씨 속에서 짧은 여행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수영장이든 산이든 시장이든 뭐든 어릴적에 거기 여행을 다녀왔었다고 호호형제에게 꺼낼 기억이 되었기를. 힘들었던 일들로 가려지지 않을 행복한 기억으로만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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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물놀이

12[2022] 2022. 7. 5. 17:50

지혜에게 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 외로 주차도 여유로웠고 딱 알맞은 날씨에 그늘도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고 분수를 엉덩이로 막던 예호는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고 수영복을 버려야 했다는 슬픈 전설을 남기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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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디온 강습회

12[2022] 2022. 7. 5. 17:43

코로나로 멈췄던 강습회가 다시 열렸다. 이야기에 절정이 있다면 파이디온 찬양단의 절정은 강습회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두 해 동안 그 감동을 느끼지 못하며 지나갔다. 다시 열린 강습회에는 전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루호는 어려서 잘 할까 걱정스러운 나이를 지나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 고학년이 되어 강습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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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에게 예원학교에서 열리는 특강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위치가 정도 즈음인 건 알고 있었지만 데려다 데려다 주려고 지도를 보니 이화여고 바로 앞이어서 적잖이 놀랐다. 정동길은 내가 서울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서소문 중앙일보사에서 실습하고 인턴하며 사진을 배우던 시절엔 새벽까지 놀다가 밤을 새기도 하고, 시청역 9번출구 앞에 엄마 가게일을 도울 때면 쉬는 시간마다 산책하기도 하고, 돌담길을 걸러 시립미술관에서 데이트 하고,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추억을 쌓았다. 루호가 이 거리를 걸어 학교에 가는 하루하루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루호가 수업에 들어가고 나는 차에 앉아 밀린 일을 했다. 그러는 사이 퍼붓던 비가 그치고 갑자기 해가 나왔다. 나는 차에서 나와 정돌길을 걸었다. 햇빛이 물방을에 비치고 젖은 길에 내려 앉아 순간 찬란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잠시 꿈같은 산책을 마칠 즈음 루호가 수업을 마치고 나왔다. 넓은 강의실에 대한 얘기며, 금요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기도실이 따로 있다는 것들을 흥분해서 내게 말해주었다. 무엇보다 수업 중에 해가 교실 안으로 밝게 비춰 들어왔다는 말을 해줄 때에는 마치 나도 교실에 있었던 것처럼 멋진 기분이 들었다. 나는 루호에게 '목표가 정해졌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전에 예약해둔 캠핑 스타일 바베큐를 갔다. 특강인걸 까먹고 예약해 두었다가 날짜가 겹친 걸 알고는 취소할까 했는데 나행히 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특강도 듣고 고기도 먹을 수 있었다. 지혜가 주말에 무리한 탓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신나했다. 다음엔 더 건강하게, 더 많은 사람들과 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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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첫 콩쿨

12[2022] 2022. 6. 9. 11:35

엄마가 병원에 있는 동안 루호는 열심히 첫 콩쿨 준비를 해 왔다. 그 와중에 콩쿨 준비를 하다니 새삼 루호가 대견하고 또 선생님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목표는 소박했다. 준비한 연기를 실수 없이 잘 해내기. 

루호의 순서는 저녁 즈음이어서 루호가 연습할 수 있도록 홀에 데려다주고 돌아와 예호와 시간을 보냈다. 예호가 더러운 차가 눈에 거슬렸는지 세차하자고 해서 같이 세차를 했다. 빛나는 무지개 예호가 호스로 물을 뿌리며 무지개를 만들어냈다. 무지개는 우리 가족에게 늘 특별한 메시지가 되곤 했는데 이 무지개는 어떤 의미일까? 요즘 우리가족에게 무지개가 필요한 일이 참 많다. 

루호의 순서가 다가와 저녁 즈음에 콩쿨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가본 연세대 교정은 예쁘고 여유로워 보였는데 콩쿨이 열리는 백주년기념관은 콩쿨에 참가한 아이들로 바글거리고 분주했고 긴장감이 흘렀다. 선생님은 연기가 부족해 보이는 한 참가자 아이가 나오는 화면을 가리키시며 '이런 딸 있으면(아렇게 못해도) 발레 시키실 건가요?'하고 물어보셨다. '네, 아마도 제 스타일상 그래도 시키겠지요.'라고 말하고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면서 시키고 있는데요.'라고 생각했다. 차례가 가까이 다가오자 오전까지 떨린다고 했었던 루호는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고 했다. 준비할 순서가 되고 무대 뒷편으로 루호가 사라지고 화면을 통해 루호의 춤을 봤다. 동작 연결도 부드러워 보이고 큰 실수도 없어 보였다. 나는 만족했다. 곧 루호가 나욌고 루호는 불만족한다고 했다. 그래도 첫 단계를 잘 마쳤다. 개운하고 감사했다. 

후기.
놀랍게도 루호는 우수상을 받았다. 상대평가가 아니라 등수는 의미가 없지만 2등에 해당하는 상이었다. 루호도 너무 기뻐했고 우리 가족은 당연히 모두 기뻐했다. 선생님에들게도 축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다. 축하할만한 것인지 만족하시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살아온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오늘 어차피 여기서 얼마나 더 기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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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입원

12[2022] 2022. 6. 9. 11:18

또 갑작스런 엄마의 입원 소식에 루호는 우울함에 허우적거렸다. 입원 당일에는 아이들이 그나마 울적한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조금 무리해서 추진한 가사부 한강소풍에 가서도 루호는 한숨만 쉬고 먼산만 바라봤다. 아이들은 다른 일행들과 함께 한강으로 보낸 뒤 지혜를 먼저 입원시키고 나와서 다시 한강에 갔는데 루호는 기운 빠진 모습으로 겉돌았고, 나도 왠지 기운차리기가 힘들어 둘이 망연히 앉아 지나가는 자전거들을 바라봤다. 예호는 흙을 파며 즐겁게 놀아 마음의 동요가 없는 듯 보였지만 밤에 샤워하다 문득 '엄마가 최대한 빨리 퇴원하면 좋겠어요.'라고 툭 한마디 던졌고, 마음의 동요가 없는 게 아니라 예호는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슬픔을 겪고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또 엄마가 없는 하룻밤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이제 또 며칠 아이들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 또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지혜를 가까이서 봐야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다행히 전에 지내던 병동은 코로나로 꽉꽉 막혀서 병동을 돌아다닐 수도, 창밖을 바라볼 수도 없었는데 이제 창밖을 보며 쉴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다. 병원에서의 며칠은 예상대로의 힘든 일정과 예상치 못한 고난들이 뒤엉켜 소용돌이 치는 물살 같았다. 허우적거리다 보면 지쳐 잠이 들고 또 일어나 허우적거렸다. 게다가 병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어이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 또 예상대로 퇴원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만나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예정대로 퇴원을 할 수 있었다. 루호의 표정은 눈에 띠게 밝아졌고 예호는 별 변화가 없어보이다가도 문득 '엄마 얼마나 아파요? 며칠 지나면 완전히 다 나아요?'하고 속마음을 툭툭 질문으로 던졌다. 아이들에게 버거운 이런 일들이 아이들을 더 단단하게 해 줄까 아니면 치유하지 못할 상처로 남을까? 아빠, 엄마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하루를 견뎌주는 아이들에게 내가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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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울랜드

12[2022] 2022. 5. 31. 15:19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정신 없는 하루를 선택했다. 
갑작스레 결정된 지혜의 입원을 압두고 서울랜드에 다녀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날씨, 적당히 많은 사람들, 광란의 파티장으로 변한 저녁 공연 등 모든 게 좋았다. 
마지막에 빙빙 도는 것만 타지 않았으면 흠이 없었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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