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호는 작년보다 뭔가 더 긴장한 것 같았다.
아마 한 살 더 먹게 되어 무언가 더 알게 되어 그런 것 같다는 짐작을 할 뿐.
작년에는 잘 즐기는 모습이었는데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우리모두 걱정을 했다.
하지만 뭐가 웃겼는지 서로 낄낄거리며 다시 유쾌한 모습.
은영이와는 사진을 찍었지만 삼총사중 한 명이라는 서유와는 사진을 찍지 못해 잠시 섭섭해하기도 했다.
루호는 작년보다 뭔가 더 긴장한 것 같았다.
아마 한 살 더 먹게 되어 무언가 더 알게 되어 그런 것 같다는 짐작을 할 뿐.
작년에는 잘 즐기는 모습이었는데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우리모두 걱정을 했다.
하지만 뭐가 웃겼는지 서로 낄낄거리며 다시 유쾌한 모습.
은영이와는 사진을 찍었지만 삼총사중 한 명이라는 서유와는 사진을 찍지 못해 잠시 섭섭해하기도 했다.
성경암송 from jiyeong jeong on Vimeo.
전도사님이 잘 봐주셔서 루호가 신반포교회 유치부 대표 중 한 명으로 노회 성경암송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결혼 하기도 전에 예배에 나와서 성경을 줄줄 외우는 작은 아이들을 보며
사실 대단하다는 마음보다도 가혹하다는 마음이 들었었는데
내 아들에게 가혹한 그것을 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다.
물론 나는 그다지 가혹하게 하지 못하고 또 루호의 엄마가 악역을 맡아 주었다.
구절을 녹음하고 또 책으로도 만들고 하는 뒷바라지까지 모두.
루호는 잘 외웠다.
너무나 긴 구절(마태복음으 한 장 전체) 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어른도 외우기 힘든 걸 잘도 외워갔다.
노회 암송대회 당일엔 눈이 왔다.
노회 전체에서 모였으니 아이들도 바글바글 했는데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오지 않은 아이들을 빼고 모인 게 그정도이니 얼마나 큰 대회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비교적 뒤에 차례가 돌아온 루호는 들어가 암송을 시작했고 심사위원 외에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쉽게도 탈락.
함께 나갔던 우리교회의 두 아이는 장려상을 받았는데 루호만 탈락하게 되어 더 아쉬웠다.
게다가 절친 예인이가 상을 받으니 루호가 상처받지 않을까 나와 지혜는 노심초사.
하지만 다행히 전도사님과 교회의 배려로 상을 받은 두 아이와 똑같은 대우를 해주셨고 더 많은 칭찬을 해주셨다.
덕분에 루호도 걱정과는 달리 괜찮은 것 같았다.
그리고 루호는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었다.
아빠가 예전에 보았던 줄줄 외우는 작은 아이들처럼
루호도 대예배 시간에 나가 말씀을 암송했다.
처음에 긴장해 헛기침을 하다가 여유가 생기자 주머니에 손을 넣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마도 예배가 끝나고 기특해 하시는 교회 어른들의 칭찬을 받는 것도 루호에게 큰 기쁨인 듯 했다.
가혹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한편 이런 영광된 자리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서로 격려와 경쟁이 되는 친구 예인이가 있는 것도,
루호를 예뻐하시고 기회를 주신 전도사님이 유치부에 계신 것도,
건강한 교회에서 혜택받고 또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받는 것도.
'내년에 말씀암송대회 또 나갈 거야?'
'응.'
'내년은 7살이라 더 길고 힘든데도?'
'음... 그래도 나갈래.'
어쨌든 루호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우리교회에서도 단 1명만 나갈 수 있을 정도로 7살의 암송은 더 가혹할텐데
나와 지혜의 의지가 과연 루호를 그 단 한명이 되기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루호
키 약89cm 몸무게 19kg
한글을 어느정도 읽게 되어 몇 글자를 제외하고 책을 혼자 읽을 수 있는 수준.
김연아를 좋아하고 만나고 싶어하며 연인 사이 같았던 은영이나 하윤이는 뒷전.
다만 여전히 흥이 넘쳐 공연하기를 좋아하고 사람만 모이면 공연을 하는데 자요 장르는 아이스댄싱과 훌라후프.
좋아하는 메뉴가 계속 바뀌어 전통적으로 좋아하던 계란 흰자나 떡볶이 떡 대신 외할머니의 계란부침개, 아빠가 만드는 '정버터비빔밥' 등을 좋아하며 말로는 싫다고 하고 칼국수 같은 걸 잘 먹기도 한다.
최근에 자신이 원해서 받은 선물은 젤리만들기(하프물표범케릭터), 바비, 시크릿쥬쥬 바이올린, 시크릿쥬쥬 하프, 스노우볼 만들기(하프물표범케릭터) 등으로 여전히 취향이 확실하다.
예호
키 약58cm 몸무게 9kg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엄마와 형
형이 놀아주면 늘 깔깔거리며 웃는다.
김밥만 잘 먹는다.
형이 먹는 밥의 반정도도 먹는 것 같고 바나나를 비롯한 과일을 좋아한다.
먹는 것은 날바다 늘고 새로운 것을 탐닉하는 중.
엄마, 아빠, 됐다, 밥, 빵, 분(유) 등의 단어를 말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내뱉으며 논다.
좋아하는 장난감은 아주다양하지만 골프채, 공구, 자동차, 소리나는 버튼 있는 것 등은 특히 좋아해 루호와 다른 취향을 짐작케 한다.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많이 좋아하는데 농구골대에 공을 넣고 아빠가 공을 발로 차고 드리블하면 따라서 한다. 날마다 할 수 있는 것들이 새롭게 늘어나 며칠 뒤에 적는다면 쓸말이 적잖게 늘어나 있을 정도.
여자아이처럼 예쁘게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듣는 예호다.
하지만 하는 짓은 남자아이가 분명하다.
그 두가지가 잘 나타난 사진 두 장이다.
photo by 최지영 of 달동네왈츠
가정사역부 가을 수련회(MT)를 다녀왔다.
퇴근하고 다녀오는 길지 않은 일정이지만 그래도 이번엔 토요일일정을 빼서 왠지 여유롭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혜는 아이들을 데리고 회사까지 와야하는 부담때문인지, 지쳐있는 몸과 마음때문인지 힘들게만 느껴진다고 했다.
쌀쌀해진 날씨지만 마당에서 고기를 굽고 강아지마냥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달래 저녁을 먹였다.
타닥타닥 타는 모닥불에는 벌써 밥을 다 먹은 건지 아이들이 돌을 던쳐 불꽃이 튀어오르고 있었다.
뒤늦게 온 사람들을 맞이하며 서로 인사를 나눴다.
부지런한 누군가가 설겆이를 시작하고 서로 돕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어느정도 정리가 끝났다.
그리고 마침내 둘러 앉아 사는 얘기를 하고 누군가는 울먹거리고 같이 기도를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정에도 계속 다녀오게 되는 것은
아마도 모두의 삶이 기도를 요청해야 할 정도로 불완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거기 기도해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민이는 중2였는데 이제 고2가 되었고,
간난아기였던 루호는 이제 6살 형아가 되었고,
예호는 세상에 없다가 이제 맴버가 되었고,
이모, 삼촌들은 나이가 들었다.
오랜만에 한마음 운동회가 열렸다.
우리 교회에서 모든 교인들이 참석하는 큰 운동회로 격년으로 열렸었는데,
한 번인가, 두 번인가를 쉬고 이번에 오랜만에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
루호는 유치원에서 개막행사로 격파시범과 응원율동을 발표하기도 하고, 간식거리도 있고, 친구들도 있어 신나는 운동회가 되었을 것 같다.
예호도 나름대로 볼풀에서 놀고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일 년을 자라 주었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벌써 일 년이 지났다.
혹시 감당할 수 없을 불행이 찾아올까 두려워하던 일 년 이었는데
오히려 축복이었던 일 년이었다.
다만 걱정과는 완전히 반대로 지나치게 활동적인 탓에
나와 지혜가 모두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게 문제다.
돌잔치는 그런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예배를 드렸다.
말씀을 아빠가 하면 좋겠다는 지혜의 말에
그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손사레를 쳤다가
루호와 예호의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에 생각을 고쳐먹고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껏 해야 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
여전히 하기 힘든 말들,
하지만 꼭 전해야 하는 말들을
조심스럽게 담아 말씀을 전했다.
생각만 하면 부끄러운 순간이었고
예호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했어야만 해야 할 말을 했고
이제 더 소망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족수련회에 참여했다.
예호가 태어난 뒤 처음이니 네식구가 참여한 첫번째 가족수련회가 되었다.
루호는 여전히 즐거워했지만 전보다 겁이 많아져 물놀이를 하면서도 수영을 배운다거나 깊은 물에서 노는 것을 꺼려했다.
반면, 예호는 구명조끼나 튜브를 모두 거부하고 무조건 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