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여느때 처럼 팔복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병원에 갔다가 갑작스런 소식을 들었다.
심장에 혹이 있다고 했다.
건강하게 자라던 팔복이에게 갑자기 생긴 혹이었다.
웬만한 건 웃어 넘기던 의사가 흔하지 않은 경우라며 소견서를 써주었고
엄마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강남성모병원에서 검진을 받던 날,
지긋지긋하게 오래 기다리고 지쳐 만난 의사는 뜸을 들이며 팔복이의 키며 몸무게며 모든 것들이 잘 자라고 있다고 말하고는
심장의 혹 이야기를 했다.
엄마 뱃속의 작고 작은 팔복이에게 2센티의 혹이라니.
천천히 뜸을 들이며 말을 해주어도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심장소아과와 협진이 필요하다며 또 예약을 하라고 해 간호사들이 달려왔는데
그 조심스런 표정들이며 건내준 '선천성기형협진' 안내 책자를 보니
엄마와 아빠는 지금껏 생각하지도 못한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는 듯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님의 의도는 때로 우리를 의아함으로, 고통속으로, 슬픔으로 치닫게 한다.
한 번도 하나님의 잘못인 적 없는 그분의 의도.
아무리 신뢰 하려고 애를 써도
작고 악한 우리는 스스로 안에 갖혀 불행해지고만다.
잠시 불행했지만, 엄마와 아빠는 또 하나님을 깨달으려 애를 쓴다.
기형아 검사를 하지 않으며 어떤 아이를 맡겨 주셔도 키우리라 했던 말들을 떠올린다.
또,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하나님이 시킨 것들을 감당하리라 기도 했던 것들을 기억한다.
'이제 인생 시작이야.'
아빠는 다짐하며 엄마에게 말했다.
어떤일이 일어날지 생각하지 않는 다짐.
잘 할 순 없지만 어떻게 되어도 감사하려는 다짐.
'하나님은 너를 사랑해 얼마나 너를 사랑하시는지. 너를 위해 저 별을 만들고 세상을 만들고 아들을 보냈네.'
가정예배 시간에 팔복이를 위한 찬양을 드렸다.
루호는 "아빠가 좋아하는 찬양이지?" 했고.
아빠는 "응." 이라고 말했다.
아빠는 마음 속으로 외쳐본다.
'나는 아빠다! 걱정하지 마!'
힘든 며칠을 보내고 다시 병원에 갔다.
진료 전에 수납을 한다.
진료비가 비싸다.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아픈 것이니 보상이 어렵다는 보험사의 말을 듣고 난 뒤라 더 그런 느낌이지만.
돈 걱정이라면 어차피 익숙하니 오히려 돈 걱정이라면 얼마든지 하겠다는 기분이 든다.
'고위험성 산모 지원' 안내 책자를 들고 있는 간호사의 모습을 보니 또 한 번 암담함이 몰려 드는 것 같다.
엄마가 초음파를 보는 동안 아빠는 따로 앉아 '골로새서'를 읽는다.
"이는 저희로 마음에 위안을 받고 사랑 안에서 연합하여 원만한 이해의 모든 부요에 이르러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려 함이라."
'김지혜 산모 보호자 들어오세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 장면.
사랑하는 사람을 진료실에 들여보낸 사람들은 아는 그 순간.
그리고 마침내 심장 전문의가 말헀다.
'걱정할 필요도 없고, 걱정해도 변하는 건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심장속의 종양과 그 크기도.
그것이이 팔복이를 위험하게 할 수도.
혹은 태어 난 뒤에도 문제가 될 수도.
그로인해 가족의 모습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질 수도.
그렇지만 모든 게 변했다.
망설이고, 또 모른 채 버티며 미뤘던 회개의 기도.
이런 큰 사건이 없이는 되지 않는 포기.
하나님의 선물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
우리를 위한 사람들의 기도.
우리 가족은 다시 행복해졌다.
하나님은 또 묵묵히 하던 대로 하시고,
우리는 조금 더 천진난만하게 지내고 있다.
'엄마 조금 놀아도 돼?'
아무렇지 않게 자기 방에서 놀고 있는 루호처럼.
그냥 놀면 밥주고, 씻겨주고, 놀아주고 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루호처럼.
우리 가족 모두가 천진난만해지려 한다.
하늘 아빠도 이렇게 말하고 계시겠지.
'나는 아빠다. 걱정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