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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1 [2011] 2011. 12. 25. 03:21


엄마는 예전처럼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지 못할까봐 우울하다고 했다.
그럴만하다.
화이트크리스마스인데도 엄마는 아빠에게 '정말 눈 왔어?'하고 묻는 게 전부였다.
집에서 한 발도 나설 수 없는 엄마에게 눈은 별 의미가 없다.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데,
세상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면서 들떠있기만 하지.
그렇게 욕을 했는데 그동안 사실은 엄마도 아빠도 그랬었나보다.
전에 없이 잠잠한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니 피부로 다가온다.

밤이 깊어 이브가 끝나갈 때,
아빠는 몰래 준비한 선물을 준다.
마음에 들까, 우울했던 마음이 풀릴까 엄마 눈치를 본다.
엄마는 살 시간도 없었는데 언제 샀어? 하고 놀라더니 아빠를 안아준다.
그 옆에서 혼자 놀던 루호가 아앙 하고 옹알이를 하자 엄마가 아빠 품속에서 피식 웃는다.
엄마와 아빠는 루호 옆으로 가 잠시 루호와 놀고 입맞춘다.

내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뭘 하고 싶어?
아빠가 묻지만 소박한 엄마는 글쎄.하고 만다.
아빠는 속으로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루호와 함꼐 예배를 드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렇다면 안심이다.
첫 크리스마스 예배라면 감격적일테니까.
아직 루호는 어려서 선물 달란 소리는 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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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여가지의 소리

1 [2011] 2011. 12. 25. 03:04


루호는 어느새 표정도 다양해지고 소리도 다양해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루호가 내는 소리 중에 구분가는 소리가 스무가지정도 되는 것 같다.
자지러지는 울음부터 울려고 시작하는 울음.
힘줄 때 나는 끼잉 소리, 편안할 때 내는 한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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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 떨었던 아빠

1 [2011] 2011. 12. 25. 03:01


아빠는 남들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깔끔을 떠는 성격이다.
특정 물건에는 지나치게 신경를 써서
지문 하나 남기는 것도 싫어할 정도다.

루호가 집으로 온 뒤,
집은 늘 어지럽혀져있다.
기저귀는 땅에서 뒹굴고
테이블 위에 잡다한 물건으로 빼곡하다.
문득, 아빠는 미처 깔끔떨지도 못하고 한달을 살아왔음을 알고 피식 웃는다.
루호에게 깔끔은 우선순위를 빼앗겼고
깔끔 떨 시간은 모두 루호에게 투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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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주는 기쁨

1 [2011] 2011. 12. 11. 01:58


루호가 한동안 변을 보지 못하다가
드디어 똥을 싸고 기저귀를 갈 때 모습이다.
엄마와 아빠는 크게 '똥이다!'를 외쳤고
루호도 오랜만에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것만으로 하루가 행복으로 가득찼다.
단지 똥을 쌌다는 사실 때문에.

-몰아서 싼 똥은 기저귀를 뚫고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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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가 세상에 나오자 마자 간호사들은 아빠에게 손가락이 다섯 개가 맞는지, 발가락도 다섯 개가 맞는지 확인하게 했다.
루호를 임신했을 때, 엄마와 아빠는 기형 검사도 하지 않았었다.
어떤 아이를 주시더라도 키우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손가락 다섯 개 확인하세요. 했을 때
아빠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다행히도 손가락이 다섯 개, 발가락도 다섯 개.
야뺘갸 확인한 루호의 손가락은 다섯 개씩 열 개가 맞을 뿐더러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커서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그제야 나지막히 흘러나오는 기도. 참, 간사했던 아빠의 기도.
멀쩡한 손가락 발가락 감사합니다. 하나라도 모자랐으면 어쩔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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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꿈

1 [2011] 2011. 12. 11. 01:42


슈퍼맨 꿈이라도 꾸는 것 같지만 그냥 기지개.
슈퍼맨이 뭔지도 모를 루호.
뭔가 꿈을 꾼다면 그저 뱃속에서 용쓰던 생각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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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는 하루 종일 먹는다.
먹고 나서 배고프다고 운다.
루호는 잠을 통 안잔다.
제일 큰 일중에 하나가 자는 것일텐데
아빠 엄마보다 자는 시간이 더 적다.
코에 뭐가 생겼는지 벌써 코를 골고
울긋불긋 신생아여드름 꽃이 폈다.
엄마 아빠는 전전긍긍.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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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1 [2011] 2011. 12. 7. 00:55



루호를 축복해주고 예쁜 옷이며 신발이며 기저궈며 아기용품들 선물해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사기에 부담스러웠던 것들 선뜻 빌려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에 루호는 아빠처럼 된장남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쌔끈(?)하게 자라서 몇 배로 같아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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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루호

1 [2011] 2011. 11. 28. 18:13


아빠와 루호는 꽤 잘 맞는 것 같다.
보통은 엄마 뱃속에서 듣던 엄마의 심장소리 때문에
엄마의 품에서 잠이 잘 든다고 하는데,
루호는 아빠 품에서도 잘 잔다.

루호에겐 너무 더운데
아빠는 두꺼운 이불을 덮어주고 흐뭇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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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1 [2011] 2011. 11. 28. 18:07






가족이 모두 집으로 돌아왔다.
루호는 낯설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엄마는 그런 루호가 가여워 피곤한 눈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아빠는 혼자 철없이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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