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꾸러기 나의 꾸러기!
성탄절에 즈음해서 우리교회에서는 아이들의 발표와 재롱을 보는 예배를 다함께 드린다.
올해는 더욱 특별하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순서에 루호와 예인이가 예수님 생일축하 케이크를 들고가는 어린이로 뽑혀서 기쁨이 더했다.
루호의 발레학원에서 일부 아이들이 참여하는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고 왔다.
루호와 얘기를 나누려면 나도 공연을 좀 봐둬야 하는데
예호 때문에 고연을 볼 수 없으니 아쉽다.
그렇지만 공연을 하는 사이 동네를 돌며 예호를 재우고
커피 한잔하는 여유를 가지니 그것도 좋다.
루호는 블럭으로 멋진 건물을 만들고는 앞에 '롯데'를 꼭 붙인다.
롯데건설을 다니는 태훈 삼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롯데타워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나는 롯데백화점이 거래처이던 시절의 나쁜 기억으로 태훈이 앞에서조차 롯데를 욕하곤 했는데
루호가 저렇게 롯데를 좋아하니 태훈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좀 사라지네.
부쩍 연약해져만 가는 할머니는 증손자들이 오는 날이면 그나마 기운을 차리시는 듯하다.
루호가 태어나고 백일이며 첫돌 때에도 다음번엔 못볼지 모른다며 말씀하셨지만 다행스럽게도 두번째 증손자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는 중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회 대표로 노회 성경암송 대회에 참가한 루호.
외우기를 싫어하는 아빠의 아들인데 교회 대표로 나갈 정도로 잘 외워주다니 자랑스럽다 못해 뭔가 겸역쩍은 느낌마저 든다. 외우고 나와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잘했다고 자신있어 하더니 깜짝 2등상을 탔다. 역시나 1등은 배예인. 실력은 가장 최고 였으나 당일 컨디션이 안좋았던 은찬이도 옆에 있다. 이렇게 세명이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상을 타고 돌아와 예배시간에 수상식을 갖고 성경을 암송했다.
작년에는 등수에 들지 못해 노회에서 주는 상을 받지 못했는데 올해는 상장을 받아들고 짓는 표정이 사뭇 벅차보인다.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가 벅찬 기쁨의 시간을 보냈다. 대회를 하고 2등을 했다고 소식을 들은 날도, 또 예배에서 상을 타던 날도 몇 주를 열심히 한 보상으로 충분하리만큼 기쁘다. 외우는 것도 등수도 꼭 아이에게 꼭 권할 만한 것들이 아니어도 부모의 마음은 어쩔 수 없음을 기쁨 속에서 체험한다.
이제는 전국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율동대표이기도 해서 전국대회에 나가는 날은 엄청나게 바쁘고 힘든 하루가 될 것 같고 또 그 날까지 열심을 다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그날은 등수에 상관없이 또 그동안 열심히 했고 잘 해냈음을 기뻐하는 하루를 선물해주시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내복차림으로 놀다가 '엄마 우리 파자마파티 언제 하게 해 줄거야?'라고 묻자
엄마들이 합창으로 '지금 하는 게 파자마 파티야.'라고 하자 아이들이 주섬주섬 이불을 챙겨오더니 아무데나 누워서 같이 자는 놀이를 한다. ㅎㅎㅎ
요즘 파자마 파티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하던데
생각해보니 1년에 두 번 아이들이 함께 모여 파자마파티를 하고
어른들은 바베큐파티와 그동안 못하던 수다도 떠니 참 생각할수록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특별히 새벽5시까지 잠을 포기하며 형들과 나눈 수다가 너무 유익했다.
독서와 교육이라는 주재로 토론회도 아닌 곳에서 5시까지의 토론이라니 생각할수록 웃기면서 신기하다.
이집은 오전에 빛이 잘들어 가끔식 그 시간에 집에 있게 되면 노랗고 밝은 빛이 방을 가득 채워 꽤나 황홀한 기분이 되고 한다. 그럴 때면 서둘러 나가서 지혜가 좋아하는 아이스라테를 한잔 사오고 마침내 행복한 시간이었음 이라고 저장할만한 조건이 충족된다.
날씨가 좋던 날.
서울 타워에 갔다.
요즘 부쩍 타워에 관심이 많아진 루호는
서울 타워에 올라서도 '와 저기 롯데타워!'라며
타워에서 타워를 구경했다.
이렇게 거대하고 빽빽한 도시에서
내가 내려가 살 곳은 저쯤이고, 또 저쯤에서는 즐거운 일이 있었고, 저 먼쪽에서는 누구를 만났었던 것들을 확인하는
중간 점검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서울에서 태어난 부부가 서울에서 아이들을 낳고 서울타워에 오른 하루.
참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도시속에 하나의 작은 조각이 되어 살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