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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10[2020] 2020. 9. 8. 17:49

여행을 떠나기 전날 뉴스는 폭우로 가평에 펜션 사상자가 발생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원래 가려고 하던 숙소의 예약이 오버부킹 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겨우 차선책으로 예약했는데 장마는 끝날 줄 모르고 우리 숙소는 하필 가평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장마 때문에 숙소에 확인 전화를 하고서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숙소를 가기 전에 첫 목적지로 수목원을 들어가려는데 산을 무너뜨릴 것 같은 폭우가 오기 시작해 겁에 질려 숙소로 차를 돌렸다. 
이대로 비때문에 숙소에 갇혀 2박3일을 보내야 하나 싶었다. 
아이들에게 여행은 무조건 수영이 최고이기에 예약제인 수영장을 하루 예약해 뒀었는데 수영장은 비 때문에 개장하지도 않았고 남은 이틀 중 아무때라도 한 번만 수영장에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틀 모두 수영장을 부랴부랴 예약했다. 
지난 여름에도 제주도에 가서 나쁜 날씨 중에 기도하니 날이 개었던 기억에 아이들은 자기 전에 기도를 하고 잤지만 여전히 뉴스는 염려스럽기만 했다. 우리가 가평으로 들어올 때 지나온 숙소 바로 앞 길이 침수되어 차량이 통제 되었다고 했다. 

아침이 밝았다.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기도 했다. 아직 줄어들지 않은 숙소 앞 계곡물은 무섭게 흐르고 있었지만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여 서로 대비가 되었다. 우리는 이틀 모두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숙소는 오래되긴 했지만 아이들이 놀만한 것이 많아 만족스러웠다. 장마가 아니었다면 계곡도 갈 수 있어서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는 숙소 바로 앞에 수제 맥주집에 완전히 만족했다. 마지막날 비가 잦아들어 다시 가본 수목원은 여느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사람이 적어서 비밀의 화원에라도 온 것처럼 조용하고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물이 좀 줄어 계곡에도 발을 잠시 담그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 마지막 식사로 고기를 먹었다. 아버지는 또 이번에도 여행 경비를 다 내주셨는데 덕분에 잘 놀았다고 수고했다고 하셨고, 여름휴가를 매년마다 선뜻 시부모님과 가겠다고 하는 지혜는 아무렇지 않은듯 웃고 있었다. 나랑 아이들은 그냥 철없이 막 좋았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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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정원

10[2020] 2020. 9. 8. 17:32

부평에 있는 모네의 정원이란 곳에 다녀왔다. 
프랑스 아님 주의. 모기 많음 주의.
나중에 지혜와 그림 얘기를 하다가 
'모네의 정원 어떄? 난 거기 가보는 게 소원인데.'
하자 루호가 
'갔다 왔잖아.'
하길래 아무리 생각해도 그 근처도 가 본 일이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이날 가 본 부평 모네의 정원이야기였다는 웃기고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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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모임

10[2020] 2020. 9. 8. 17:28

 

미국인이자 군관계자인 둥이네 가족이 코로나로 지역이동을 할 수 없는 사정을 핑계로 그들이 머물고 있는 가평에 방문했다.
대체 왜 이렇게 좋은 곳을 이제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만들어준 햄버거와 수영장 불꽃놀이까지 용산에 가던 때와 마찬가지로 극진히 대접받았다. 
마이크는 중간에 낮잠을 잤는데 (종종 모여 노는 중에도 그렇게 한다) 그런 낮잠은 아마도 서비스할 에너지를 모으는 것 같았다.  
이날도 잠시 사라졌다가 햄버거와 소시지를 구워 멋진 저녁을 선사하고 이어서 불꽃 쇼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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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의 기적

10[2020] 2020. 9. 8. 17:22

루호가 혼자 잠을 자고 중간에 엄마 아빠를 찾아오지 않기로 약속한 건 2년 정도 전의 일이다. 
백번의 밤을 아침까지 혼자 잘 자면 닌텐도스위치를 선물로 받기로 하고 성공하는 날마다 하나의 스티커를 붙였다. 
-웬일인지 지혜가 정해 준 선물이었다. 내가 아니라.-
100개의 스티커를 다 모으는데 1년 반이 걸렸는데 그즈음 코로나로 닌텐도스위치의 가격이 두 배 이상 뛰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약속을 지켜야 하지만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사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또 반년의 시간이 흘렀고
미안해진 나와 지혜는 공식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위로의 작은 선물을 주겠으니 대신 기다려야 한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늘 그렇듯이 착한 루호는 응. 이라는 한마디로 납득.

그즈음 친구들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마침 사무실에 있던 루호가 인사를 하고 우연찮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친구 찬이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스위치가 뭔데?'
'애들 게임기야. 몰라? 요즘 수입 안되는데 인기가 많아서 부르는 게 가격이야.'
'그래?'
찬이는 8살때 만난 가장 오래 된 친구지만 오랜세월 만나면서도 각별하게 지내지는 못했었다. 
8살 때는 우리를 삼총사로 부르며 정말 각별한 우정이었는데 그건 그저 어린날의 추억처럼 묻혀있었다. 
그러다 정말 신기하게 삼총사의 나머지 한 명을 30여년만에 재회하게 되면서 찬이와 각별함이 다시 생겨나는 중이었다. 
사무실을 이전한 걸 안 찬이는 뭘 사주면 좋겠냐고 물어왔지만 난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는 중이었다.  
'그거 주문했다.'
필요한 게 뭔지 알겠다는 듯 스위치 이야기를 들은 찬이는 그 자리에서 주문을 했다고 했다. 인터넷최저가가 5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최근 녀석이 돈을 좀 벌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선뜻 사주기는 어려운 돈일텐데 나는 놀라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같이 있던 친구들에게도 좀 민망하고. 

며칠이 지나 진짜로 닌텐도스위치가 도착했다. 혹시 농담이었나 싶어서 루호에게는 아빠 친구가 장난 친 걸수도 있다고 언질을 해주었는데 진짜로 스위치가 도착하니 그야말로 좋아서 방방 뛰었다. 놀라운 일이다. 약속은 했지만 선물로 좀 과하다 싶기도 했는데 -두 배가 넘는 가격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결국 채워주신 것도, 그보다 나에겐 내 가장 오래된 친구를 다시 가까이 붙여 주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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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여행

10[2020] 2020. 9. 8. 16:49

대기업 직원복지 찬스로 범석이가 숙소를 잡아주어 잠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가격이 저렴하다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숙소로 들어가는 골프장 풍경을 보는데 좋다좋다 여기 맞아?하며 감탄은 연발했다. 
게다가 장마가 이어지다 갑자기 갠 날씨에 더 없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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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옮기다

10[2020] 2020. 7. 14. 15:42

루호와 예호에게도 많은 추억이 담겨 있던 사무실을 떠나게 되었다. 

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곳으로 옮겨오고 나니 참 작은 사무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는 너무 좁아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고 아이들이 오면 발 디딜 곳이 없어 소리 지르기 일쑤였다.)

그 작은 공간에서 복닥거리면서 만들어 낸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제 좋은 추억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참 좋은 추억이라서 다행이다. 

새로운 장소에서는 더 많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더 넓고, 더 예쁘고, 책상도 의자도 더 많지만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것들이 더 많은 추억을 위한 도구로 잘 사용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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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놀이

10[2020] 2020. 7. 14. 15:27

회복중인 엄마의 나들이 휴식 겸 계곡이 있는 카페가 있다기에 가보았다. 

유명한 이름값 답게 동네 입구부터 엄청난 교통체증이 있었지만 앉는 사람보다 되돌아 나가는 사람이 많은 카페에 좋은 자리를 잡아 모든 불만이 사라졌다. 엄마는 좋은 휴식을 아이들은 처음으로 계곡에서의 놀이를 즐겼다. 특히 예호는 너무나 하고 싶던 물놀이에 대한 한을 이렇게나마 풀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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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입원

10[2020] 2020. 7. 14. 14:51

엄마가 아프다는 걸 알고 난 뒤로 루호는 불안한 몇 주를 보냈다. 

궁금한 걸 못참는 성격 인데도 물어보지도 못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애교를 부리고 더 매달리기도 했다. 

예호는 뭘 잘 몰라 다행스러운 것 같다가도 자기 전 기도할 때 엄마를 위한 기도를 하는 걸 보면 알만큼은 아는구나 싶다. 

입원이 아주 긴 건 아니었지만 입원보다 다가올 일들이 걱정되고 또 아이들에게 영향이 있을까 나와 지혜도 두려웠던 몇 주였다. 

앞으로 어떤 일기를 적어 내려가게 될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오히려 몸의 연약함 속에서 다만 살아내는 것이 이 몸에 숨이 달려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잘 살아내며 또 감사의 일기들을 적어 내려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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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놀이

10[2020] 2020. 7. 14. 14:32

코로나 이후로 주일에 하던 모임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언제부턴가 조심스럽게 모여 놀다가 이제는 별일 없으면 모여 노는 아이들, 그리고 엄마 아빠들. 

키즈카페를 대관하기도 하고 작은 놀이동산?에 가보기도 하고 태권브이가 있는 브이센터에 가기도 하는 등 매주 기상천외한 장소들을 섭외하는 선화이모 덕분에 호호형제도 즐거운 주말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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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수여식

10[2020] 2020. 5. 11. 14:22





한나 선생님의 어릴적 발레를 시작한 이야기는 루호에게는 꽤나 운명적이다. 

선생님의 가정은 사역자 가정이라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발레를 하고 싶다는 말에 큰 마음을 먹고 피아노 학원 두달치의 학원비를 챙겨 발레 학원에 가셨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비싼 학원비에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학원 선생님은 일단 학원비 걱정 말고 학원에 보내라고 하셨고 그 덕에 한나 선생님이 발레를 시작하신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을 그 발레학원 선생님의 결심이 한나 선생님을 지나 루호의 꿈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또 한 분의 결심이 루호에게서 새로운 물줄기가 흐르게 해주셨다. 이날까지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던 이채호 교수님은 기쁜 마음으로 루후의 후원자가 되어주셨고 주희 선생님의 간증이 영향을 미쳤음을 역시 간증해주셨다. 

교수님의 연구실로 향하는데 교수님과 선생님이 루호와 함께 앞서 걸어가고 부모인 우리가 뒤따라 걸어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루호가 호위대를 거느린 왕자처럼 안전해 보였다. 오늘의 시작이 세월이 흐른 어느날 루호의 간증이 되고 루호가 누군가에게 물줄기를 틔어주는 또 하나의 간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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