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전날 뉴스는 폭우로 가평에 펜션 사상자가 발생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원래 가려고 하던 숙소의 예약이 오버부킹 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겨우 차선책으로 예약했는데 장마는 끝날 줄 모르고 우리 숙소는 하필 가평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장마 때문에 숙소에 확인 전화를 하고서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숙소를 가기 전에 첫 목적지로 수목원을 들어가려는데 산을 무너뜨릴 것 같은 폭우가 오기 시작해 겁에 질려 숙소로 차를 돌렸다.
이대로 비때문에 숙소에 갇혀 2박3일을 보내야 하나 싶었다.
아이들에게 여행은 무조건 수영이 최고이기에 예약제인 수영장을 하루 예약해 뒀었는데 수영장은 비 때문에 개장하지도 않았고 남은 이틀 중 아무때라도 한 번만 수영장에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틀 모두 수영장을 부랴부랴 예약했다.
지난 여름에도 제주도에 가서 나쁜 날씨 중에 기도하니 날이 개었던 기억에 아이들은 자기 전에 기도를 하고 잤지만 여전히 뉴스는 염려스럽기만 했다. 우리가 가평으로 들어올 때 지나온 숙소 바로 앞 길이 침수되어 차량이 통제 되었다고 했다.
아침이 밝았다.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기도 했다. 아직 줄어들지 않은 숙소 앞 계곡물은 무섭게 흐르고 있었지만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여 서로 대비가 되었다. 우리는 이틀 모두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숙소는 오래되긴 했지만 아이들이 놀만한 것이 많아 만족스러웠다. 장마가 아니었다면 계곡도 갈 수 있어서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는 숙소 바로 앞에 수제 맥주집에 완전히 만족했다. 마지막날 비가 잦아들어 다시 가본 수목원은 여느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사람이 적어서 비밀의 화원에라도 온 것처럼 조용하고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물이 좀 줄어 계곡에도 발을 잠시 담그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 마지막 식사로 고기를 먹었다. 아버지는 또 이번에도 여행 경비를 다 내주셨는데 덕분에 잘 놀았다고 수고했다고 하셨고, 여름휴가를 매년마다 선뜻 시부모님과 가겠다고 하는 지혜는 아무렇지 않은듯 웃고 있었다. 나랑 아이들은 그냥 철없이 막 좋았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