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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호 한살의 기록

6 [2016] 2016. 9. 8. 00:11

루호와 마찬가지로 예호의 첫 번째 생일을 맞아 예호의 이모저모를 기록해본다. 


루호와 비교해 신체적인 발달은 월등하나 

언어나 인지등의 발달은 약해보인다. 

하지만 엊그제 병원에서의 정기검진에서는 

오히려 인지능력 등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신체 일부 발달이 느릴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 


예호는 킥보드를 탄다. 발을 구르는 건 아니지만 움직이는 킥보드에서 중심을 잡고 있으며 팔힘도 충분하다. 

잡고 일어선지는 오래되어 일찍 걷게 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형의 식탁 의자에 올라가는 건 물론 식탁 의자를 움직여 원하는 곳에 오르기도 한다. 

엄마, 아빠 등을 말하고 여러가지 소리를 내지만 의사소통은 어렵다. 

시키는 건 잘 안한다. 그러나 가끔 빠이빠이, 주세요 등을 성공할 때도 있지만 우연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여전히 밤에 여러번 깬다. 이점이 가장 힘들다. 

물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 사실 모든 것에 겁이 없다. 

운동신경이 엄청난데 의자에 기어올라갔다 넘어질 때도 본능적으로 낙법 같은 자세가 나온다. 

침대에서도 혼자 내려온다. 뒤로 내려오는 것은 가르친 적도 없는데 어느날부터 능숙하게 한다. 

소파 등에 혼자 올라가고 겁도 없이 소파를 넘어 거꾸로 처박히기도 했다. 

입이 짧아 분유도 100ml 이상 먹는 경우가 별로 없다. 나눠서 먹는다. 

이유식도 조금만 먹는다. 

둘째라 그런지 무언가를 빼앗기면 바로 운다.

시도 때도 없이 징징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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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로 산다는 것

6 [2016] 2016. 7. 25. 01:51



식상한 제목은 너무도 싫지만

이제 나는 식상한 것의, 보통의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었으므로

그래, 어디 평범한 글을 한 번 써보지 하는 마음으로 식상한 제목은 그대로 둔 채 차분히 기록해 본다. 


사실 나는 아빠가 된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최소한 구체적으로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아빠가 되었고,

아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혼자 둘 수 없어 둘째를 낳았고,

-여기서 아담을 혼자 두지 못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느꼈다.-

날마다 또 두 아이 모두에게 사랑에 빠지는 걸 느낀다. 


루호와 시간을 보내며

나름대로 혹독한 훈련을 거듭했다. 

좁고 불편한 집에 살아보는 것.

쇼핑이라는 최대의 취미를 강제로 그만두는 것.

꿈에 빠져 살았지만 그 꿈을 접어보는 것. 

그러나 

그 보답은 몇 갑절이나 커서 

나는 참으로 하루하루가 황홀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난 루호에게 

넌 너무 반짝인다고 고백했었다. 


예호를 만나는 것은 더욱 혹독했다. 

몇센치미터 되지 않는 아이에게 2센티미터의 혹이 있다는 것.

그게 어떤 의미인지 여러 가능성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 나온 아이가 몇 번이나 숨을 멈췄다는 얘기를 듣는 것.

하루에 딱 한 번, 중환자실에 가 작은 몸에 수개의 줄을 매단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하지만

우리는 기적을 경험했고

난 두 아이가 함께 있는 걸 보며 캐챱과 감자튀김보다 아름다운 조합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예호와

루호가 서로 다투는 모습조차 흐뭇할 지경이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나에게는 모든 '남다름'이 사라졌다.

스스로 포기한 것도 있고,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소중했고 어떤 것들은 내 존재의 이유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보통의 나에게 감사한다. 

보통 아빠처럼 퇴근해 아이들을 보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더 처절한 이유를 들자면

나는 사실 아픈아이를 평생 봐야 하는 고통을,

혹은 아이를 잃어버린 슬픔을 경험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나는 보통에 감사하고 있다.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미친듯이 일에 빠져 성공한 사업가의 이야기를,

수만번의 슛 연습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운동선수의 이야기를,

잠도 자지 않고 매진해 성과를 이룬 과학자의 이야기를. 

하지만 모든 아버지들이

그들 못지 않은 수퍼히어로임을.

나는 자부하며 또 인정한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을 매일 해 내고 있다. 

그 어떤 성공의 성취보다 짜릿한

그 미소들을 목격하고 있다.


나는 오늘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나를 나타내는 많은 단어들이 있겠지만,

결국 어떤 것도 아이들을 대신해 선택할 수 없기에

나의 첫번째 수식어는 

아빠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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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 미국 여행

6 [2016] 2016. 7. 22. 23:44


좋은 친구를 둔 덕분에 

한국 속에 섬처럼 미국인 용산미군기지에 놀러 갈 수 있었다.


버거킹, 타코벨의 메뉴도 미국의 것을 따르는,

주소지도 미국으로 인정되어 gap 무료배송이 가능한 곳,

법도 사람도 모든 것이 미국인 신기한 곳이다. 

나는 못가보기는 했지만 괌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한다. 


너무 짧고 아쉬운 일정에 

여름에 휴가 삼아 1박 일정으로 다시 오기로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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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호는 자주 아프다. 

요로감염을 지나 수족구, 후두염을 지나 지금은 멈추지 않는 설사병까지

몇 달 동안 아프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그치만 너무도 씩씩하게 잘 놀고 있다. 

다만 밤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이 문제. 

이렇게 잠을 자지 않고도 어떻게 그렇게 활발하게 움직이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인지. 


루호는 그래서 조금 외로운 날들을 지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지만. 

자기도 모르게 투정을 부리곤 하는 것 같다. 

이제 루호는 기도를 속으로 하기 떄문에 전처럼 대견하고 귀여운 기도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다만 자기 나름대로 속으로 기도한다고 하는데

전에 비해 현저하게 짧아진 이유는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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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릴 적에는 수영장이 많지 않아서 마당에 튜브 수영장을 놓고 물놀이를 하곤 했다. 

그때와 별 다를 것 없이 수영장을 꾸며줄 수 있는 집에 살고 있다니 괜히 감격적이다. 

올해의 수영장엔 어떤 친구가 놀러 올 수 있을까 기대하는 것도 설레는 일이고.

예호는 설사병에 걸려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워낙 물을 좋아해서 차마 루호만 들여보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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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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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소풍

6 [2016] 2016. 7. 22. 23:36


용산 가족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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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돌아오다!

6 [2016] 2016. 6. 3. 14:25


이모가 없는 시간은 너무나 두려웠지만,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서 나중에는 내가 다 안타까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루호는 베네치아에서 이모가 약속대로 사다 준 마스크를 써보고 있고

예호는 먹지도 못하는 젤리를 이리저리 밀며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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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의 새 애인

6 [2016] 2016. 6. 3. 14:25


 

루호는 어느날 부터인가 은영이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자 아이의 이야기를 자주 하기 시작했다. 

한 살이 어린 하윤이가 그 주인공이었다. 


'루호야. 은영이는? 은영이는 이제 안 친해?'

'아니, 친해.'

'그럼 누구랑 결혼할 거야.'

루호는 조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저 씨익 웃고는

'몰라.'


'하윤이가 누군데?'

'응. 병아리반.'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 루호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한 살이 어리고 우리 교회에도 다니는 아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하윤이를 처음 봤을 때,

루호가 갈등하는 이유를 알았다. 

은영이도 예쁘지만 하윤이도 예뻤던 것.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루호는

예인이, 은영이, 하윤이 같은 

한 무리에서 제일 예쁜 아이들과 애인처럼 지내고 있다. 


대단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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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6 [2016] 2016. 6. 3. 14:24

 

 

이 아이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 진가를 알지 못한다.

예호의 심장 속에는 우라늄 같은 엄청난 에너지가 생산되고 있다!

 

어릴적 심장에 이상이 있어서 선수생활을 고민했다는 호날두.

나는 이 녀석을 경험할 때마다 얜 뭐라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예호 대신에 '날도'라고 부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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