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발레를 배우지 않겠다고 하던 루호였다.
춤추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예쁜 걸 좋아하기도 하니
발레와 딱 어울릴 것 같았는데 싫다고 하니 배울 수도 없었던 발레였다.
그런 알 수 없는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 발레를 배우고 있는 루호
발레 가기 전날이면 다음날 발레복을 입어야 한다며
삼각팬티를 챙겨입을 정도로 발레를 좋아하는 발레리노.
루호 마음처럼, 몸짓처럼 그대로 날아오를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한동안 발레를 배우지 않겠다고 하던 루호였다.
춤추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예쁜 걸 좋아하기도 하니
발레와 딱 어울릴 것 같았는데 싫다고 하니 배울 수도 없었던 발레였다.
그런 알 수 없는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 발레를 배우고 있는 루호
발레 가기 전날이면 다음날 발레복을 입어야 한다며
삼각팬티를 챙겨입을 정도로 발레를 좋아하는 발레리노.
루호 마음처럼, 몸짓처럼 그대로 날아오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마이크 덕분에 여러번 수영장이며, 부페며 혜택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벼르고 벼르던 드래곤힐 호텔에서의 1박을 드디어 광복절을 기념해 성공할 수 있었다.
오자매의 아이들은 모여 신이 나서 놀고, 오자매는 아이들이 잠 든 뒤에 잠시 수다의 시간을 가졌다.
느끼하고 짜고 뭔가 무절제한 느낌이라 좋은 식사며,
생소한 마실거리들, 편의점과 여러 매점들,
수영장, 볼링장, 놀이터.
가까운 곳에 이렇게 신기한 곳이 있다는 게, 또 마이크 덕분에 종종 놀러올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이제 '용산 미국'과 이 호텔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운명이고 마이크 또한 그렇다는데,
이게 용산 미국으로 오는 마지막 여행이 될까봐 좀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루호는 조금만 키가 컸다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더 어렸을 땐 탈 것은 별로 없고 퍼레이드 보는 걸 제일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타고 싶은 게 많아서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마지막 회전커피잔을 아빠와 탔는데
어지러워 거의 토할 지경인 아빠와 달리 루호는 더 빨리! 를 외치며 손잡이를 돌려서 결국 나는 그 손잡이를 꾸욱 잡아 회전을 새워야만 했다. 벌써 루호에게 뒤쳐지는 것이 생기다니.
이런 서글프면서도 흐뭇한 것이 앞으로 많이 생기겠지.
여름 수련회를 반복해 올 때마다 아이들이 부쩍 컸음을 실감하게 된다.
아마도 아이가 어려서 혜택을 받는 마지막 수련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따로 배정받은 방에서 휴가처럼 여유를 부려보기도 했다.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그동안 꿈꾸던 것들로 꽉꽉 채우기로 했다.
첫번째
쉬는 날엔 청소 혹은 세차를 하는 아빠와 루호의 세차하기.
혹시나 루호가 힘들어 해서 세차를 제대로 하지 못할까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꼼꼼하고 즐겁게 해서 첫번째 미션 성공!
"아예 새차가 됐네!"
루호는 자기가 해놓고 흐뭇한지 말했다.
두번재
쉼표 만화카페 가기.
얼마전에 바자회에서 사준 터닝매카드 만화책을 잘 보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엄마와 아빠가 데이트할 적에도 잘 가던 만화방이었는데
그동안 세상이 바뀌어 이렇게 좋은 만화카페가 있을 줄이야!
뭐, 만화책은 몇 권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것 먹고 시원하게 세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세번째
한강 수영장 가기.
이제 어린이집이 끝난 예호까지 함께 한강 수영장으로!
아직 사람이 적어서 여유롭게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물을 무서워하는 루호가 올해는 수영을 좀 배울 수 있을까?
예호는 루호보다는 덜 무서워하는듯 자기 목까지 차오른 풀에서 헤집고 다녔다.
오래 놀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워서 아쉬운 거라고 생각했다.
형을 따라하기 좋아하고
형이 하면 형이 하는 걸 하고 싶고
형이 든 장난감을 자기가 들어야 하는
예호.
그래서 루호는 그런 예호가 귀여웠다
또 싸우고 미웠다
다시 예뻐서 껴앉고 한다.
지난 저녁에 퇴근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들어섰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눈이 벌개진 루호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혼자 어딘가로 가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지혜는 아예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아무도 답이 없다.
혼자 있는 루호에게 가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다른 엄마들은 아들 딸들한테 잘해주는데 엄마는 맨날 화만 내!' 하고는 오열한다.
아니 요녀석이 엄마 마음에 비수를 꽂다니.
내가 들어도 마음이 아파오는 말이다. 물론 엄마가 화나면 무서운 건 나도 인정하지만.
잠시 뒤에 둘이 방에 들어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한참을 있길래 엄마를 찾는 예호를 핑계삼아 들어가보니 둘이 끌어 안고 울고 있다. 제일 사랑하는 사이인 두사람이 저게 뭐하는 건지 싶다가 저녁을 먹기 전 배고픈 시간이라는 걸 생각하니 언른 저녁을 먹이고 싶어진다. 나는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배가 고프면 이성이 마비되는 사람이 있다. 그게 지혜고 그걸 그대로 닮아 루호도 그렇다. 정말 옆에서 겪으면 이해가 안되고 힘이 들지만 다행인 건 맛있는 거 먹으면 금방 다시 돌아온다는 점이다. 헐크가 변신했다 다시 돌아오는 걸 생각하면 딱 맞다.
후루룩 쩝쩝 순대국밥을 허겁지겁 먹는 루호의 그릇이 반넘게 비워지며 예상대로 루호의 표정과 말투가 돌아왔다. 한껏 애교 섞인 말투로 '맛있어.'하고는 남은 밥을 비우고는 '오, 그림 그리기!'하며 지난밤에 약속한대로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자며 여느때와 같은 명랑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지혜는 (함께 밥을 먹어서 조금 나아지긴 했겠지만) 상처가득한 뒷모습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앞으로 한동안 '다른 엄마보다 못한 엄마걸 뭐.', '그렇지. 내가 화만 내는 엄마지.'하며 툴툴거릴 것이다.
루호는 부끄러움이 많아 사랑표현이 서툰 편이지만 그래도 엄마에게는 애틋했다. 이따금씩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낯간지러운 표현도 서슴치 않던 루호였는데 오늘 밤에는 왜 그런걸까? 잠자리에서 루호는 또 아무렇지 않은 듯 엄마에게 살갑게 대한다. 예호가 엄마에게 몸을 부비며 발길질을 하자 '안돼 예호야. 엄마가 아프잖아!'하며 엄마를 챙긴다. 언제 싸웠냐는 듯 애틋한 둘을 보며 내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지혜는 '괜찮아. 아빠는 더 속상한 말 많이 했어.'라며 잘못 없는 나를 끌어들인다. 아마 저 속상한 말을 한 건 십여년도 더 지난 나의 이야기일텐데 참 오래도 간다.
아이들이 잠들면서 루호와 지혜의 사랑싸움은 끝이 났다. 지금은 저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언젠가는 혼자 있고 싶어하고, 친구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떠나가겠지. 염두에 두고 각오를 다져도 아이들이 멀어져 간다는 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아마도 몇 년 안에 찾아올 루호의 사춘기에 지혜도 나도 무방비상태다. 루호의 오늘 한 말이 지혜에게 상처였겠지만 더 심한 말들도 저 예쁜 입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럴 때가 오면 나와 지혜는 또 서로 바라보며 다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루호가 유치원에 가는 길에 뜬금 없이 '나도 날 수 있다면...'하고 말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가 말하는 걸 보면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루호의 말을 듣고 나는 어린 시절 꾸던 꿈이 생각나서 '아빠도 하늘을 나는 꿈 많이 꿨는데, 용을 타고 날기도 하고 뚝 떨어지기도 하고.' 이렇게 말을 툭 던지고 보니 루호가 바라던 하늘을 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장면이구나 싶어 문득 말을 끊고 우리 둘 사이에는 침묵이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나는 하늘을 날고 싶다거나 날개가 갖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지도 한참 된 것 같다.
분명 기억이 닿는 끄트머리에는 희미하게 하늘을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소원이 이뤄지지는 않을까? 투명인간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뭐가 더 좋을까? 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어느새 그건 그냥 불가능한 일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루호도 오래 지나지 않아 저런 바람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어떤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그 어떤 바람도 하늘을 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보다 멋지지는 않을 것이다. 엄청나게 넓은 집에서 산들, 슈퍼카를 타고 다닌들 어찌 하늘을 나는 것보다 멋질 수 있을까?
태훈삼촌과 혜영이모 찬스로 루호와 예호에게 도쿄 디즈니랜드 여행이 실현됐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은!
신혼여행 이후 8년
호호형제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요즘은 밥도 엄청나게 먹으니까
우리가족은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일본 전문가 태훈삼촌-혜영이모의 제안으로 급히 정해진 일본여행.
여행경비를 엄청나게 아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 여러모로 무리였던 여행이 현실이 되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본 디즈니랜드에 가게 되었다!
입장할 때까지도 비가 내리던 날씨가 디즈니랜드에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밝은 날씨가 된 것부터
정말 동화의 나라같은 디즈니랜드 호텔에서 자게 된 것.
예호도 금방 적응해버린 온천탕.
맛있고 신나는 백엔스시와 스시보다 비싼 뽑기.
오다이바에서의 물장난.
대관람차에서 내려보는 도쿄시내와 마침 시작된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
테리 선교사님 댁에서의 댄스 공연.
맛있는 것 가득한 편의점 쇼핑.
정루호가 가이드가 되어준 일본 정원 산책까지.
꿈만 같던 며칠이 지난 뒤
엄마와 아빠는 오랜만에 간 여행에 여행후유증을 앓고 있고,
루호는 디즈니랜드가 있는 미국여행을 꿈꾸게 되었으며,
예호는 일어나자마자 삼촌을 찾게 되었다.
많은 것을 해주겠다며 다짐했었는데,
루호가 7살이 되도록 못가던 여행을 이제야 처음 다녀오게 되었다.
태훈삼촌, 혜영이모가 아니었으면 또 가지 못했을 여행.
물려줄 유산이 없어도 호호형제와 여행만은 많이 다녔으면 좋겠는데
다음 여행이 빨리 허락되면 좋겠다.
아빠의 개인적이고 조금 더 긴 여행기
http://jiyeong.com/xe/index.php?mid=daily_record&document_srl=17735
(회원가입필요)
유난히도 바쁜 5월을 보냈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까지 5월 내내 일하는 아빠를 만날 수 없었는데
덕분에 주어진 월요일 휴무에 꿀같은 대공원 나들이를 다녀왔다.
동물원이 처음인 예호.
동물보다 슬러시 음료와 장미꽃이 더 좋았던 루호.
부모야 그런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행복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