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온 게 2년 반만이었다. 늘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이 여행을 갈 수 있게 함께 해주어서 그렇게 오랜만인 줄 몰랐는데 알고 나니까 뭔가 더 오붓하고 소중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운전을 좋아해서 여행지로 가는 여정도 늘 여행의 중요한 여정으로 여기는데 특히 강원도로 갈 때에는 점점 변해가는 주의의 풍경을 느끼는 게 큰 감동이다. 강원도에 들어서면 어느새 겹겹이 산으로 난 길을 달리고 산을 돌고 넘고 지나가면 또 다른 산이 다가와 계속 감탄하게 되는 그 길이 좋다.
정선을 가 본 적이 있었던가? 도착할 즈음 되자 산 사이사이로 탄광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마을들이 보이고 강원도라도 춘천이나 양양, 강릉 같은 곳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하이원 리조트 숙박과 워터파크 패키지를 싸게 살 수 있어서 오게 된 정선이었는데 와보니 리조트가 마을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리조트 규모도 크고 그에 비해 마을은 작아 보였다. 그마저도 직원이며 관관객이 아니면 더 작았을 것 같았다. '언제 도착해요?'를 백번 정도 들었을 즈음 리조트 안에 워터파크에 도착했다. 체크인 전에 워터파크에 갈 예정이었는데 도착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아이들은 워터파크에 간다는 사실에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너무 흥분 할까봐 잘하면 수영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정도로만 말을 해두었기 때문에- 루호는 비맞으면서 워터파크에서 놀고 싶었다면 신이 났다. 코로나 걱정에 워터파크에 오래 가지 않을 작정이었기 때문에 오래 놀지는 못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모든게 조심스럽고 위축되기만 한다.
숙소는 동계 올림픽 때문에 리뉴얼 된 덕에 쾌적하고 좋았다. 날씨는 변화무쌍했는데 덕분에 늘 구름속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하던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듯 구름이 주변을 뒤덮어 버리기도 했다. 그 구름 덕분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산책했던 등산로도 환상적이었고 루호는 그 숲이 너무 좋다며 몇 번이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폐 탄광을 전시장으로 변모시킨 아트나인을 예호는 가장 좋다고 했다. 다녀온 뒤에도 다시 가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할 정도였다. 인상 깊기는 했지만 예호가 좋아할 만한 게 뭔지는 도대체 모르겠다.
물이 흔한 곳에서는 물은 원하면 늘 마실 수 있는 것이지만 물이 귀하고 수질이 좋지 않은 곳에서 물은 늘 귀한 것이다. 잠깐의 여행이 귀한 물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도 너무 감사하다, 너무 좋았다 서로 계속 말하며 돌아올 수 있었다. 또 오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이번 여름엔 여행을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또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