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새로 문을 연 자이온.
1미터가 채 될까말까한 골목 맞은 편으로 횟감이 될 수조 속 물고기를 보며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곧 사라질까 서둘러 돌며 사진 찍던 세운상가를 내려다보며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기가 막힌 곳이다.
방점을 찍는 루프탑에 올라 오늘 초대 받은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아이들이 자이온을 즐길 때가 될 때즈음엔 서울 곳곳에 자이온들이 펼쳐져 있기를 소망해본다.
좋은 건 다 너희들의 것이다!!! 아이들아.
뭔가 잘못해서 팔을 들고 벌을 서라고 했는데
그게 갑자기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 버렸고
혼내기는 망하고 말았다.
행복하게 보내려고 애를 썼던 이번 겨울.
아니, 주신 행복을 다른 것으로 가리지 않고 그대로 느끼려고 애를 썼던 겨울이다.
연말 장식으로 종이카드를 창문에 매달고 카드 뒷면마다 쓰인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헀고,
몇 번인가 눈을 맞기도 하고,
겨울이라 더 애틋하던 산책들도 있었고,
갑작스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 수영장에 초대를 받기도 했고,
함께 모여 과일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기도 했고,
새벽 차가운 공기를 뚫고 새벽기도를 가기도 했다.
자기가 태어나고 쭉 자라온 집을 갑작스레 떠나온 예호의 아쉬움은 조금씩 잦아드는 것 같았지만
새로운 집을 위한 기도는 늘 불안한 마음이었고 기도를 하고나면 예호는 오히려 예전 집 얘기를 하곤 했다.
(그래도 루호는 자기 방이 생긴다는 기대로 늘 들떴다.)
한 살이 더 먹은 아이들은 최고학년이 된다는 것도, 1학년이 된 것도 신기한데 이제 막내 학년이 아니란 것도 모두 믿기 힘든 사실이 되었고,
약간의 게으름을 누리는 동안 겨울은 지나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유니폼들을 꺼내 경건하게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고 월드컵 모드에 돌입했다.
유니폼을 꺼내니 매니아에 가까웠던 젊은 날들이 떠올라서
아빠가 광화문에 처음 응원 나간 사람 중 하나야, 그 다음에 붉은 악마가 생겼지.
라고 말해도 아이들은 그게 뭔데 그러지? 하는 눈빛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들들과 함께 보는 월드컵이라니 또 다른 감격이 있다.
예호는 골키퍼는 왜 색깔이 달라요? 하는 질문 이후로는 지루해서 뒹굴거리다 잠들었지만
이번 월드컵은 아들들과 함께 했고 충분히 드라마틱했으므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