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는 중학생이지만 우리나라의 중학생들과는 많이 달라서 좀 더 순수하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래서 영화를 보자 하니까 무서울 것 같다며 거부하고 -물론 루호와 함께 볼 수 있을 12세 관람가- 대신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작년까지는 마당에 풀장을 펴고 같이 놀 수 있었는데 이제는 준이도 크고 호호형제도 커서 이제는 도저히 놀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날씨도 너무 덥고 시원한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박물관이야말로 더 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준이는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 했고 루호는 고려청자, 예호는 안내 로봇에 관심이 있었다. 예호가 약간 지루해할 즈음에 만화를 볼 수 있는 전시물이 있어서 다시 집중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 배운 측우기가 나오니까 또 재밌어 했다. 결국 저녁 먹을 시간까지 관람을 했는데 준이는 앞으로 몇일간의 일정이나 출국하는 일정 같은 시시콜콜한 것을 말해주며 내 대화상대가 되어주기도 했다. 저녁을 준이에게 고르라고 하니까 옵션을 달라고 해서 점심에 햄버거를 먹었으니 그것만 빼고 고르라고 하자 쉑쉑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돈까스는 어떠냐고 했더니 4일동안 돈까스를 먹었다고 해서 중국집, 피자 등등으 옵션을 말해줬지만 대답이 없었다. 준이는 좀 더 고민을 하더니 의외로 순두부찌개를 먹겠다고 했다. 맵지 않냐고 하니 순두부찌개는 안 매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관람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고심 끝에 순두부찌개를 먹을 수도 있고 다른 메뉴도 있는 곳을 찾아 갔는데 준이는 메뉴 사진을 보더니 치즈고구마돈까스를 시켰다. 4일동안 돈까스를 먹었다더니, 순두부찌개를 먹고 싶다더니 다시 돈까스라니 너무 웃겨서 루호를 쳐다보니 루호도 큭 하고 웃었다. 준이는 이렇게 엉둥한 매력이 있지만 또 여전히 동생들을 잘 챙겨주는 형아였다. 저녁 먹고 잠시 놀이터에 갔는데 예호와 잡기놀이를 해주며 놀아주느라 땀에 또 흠뻑 젖어버렸다. 사실 박물관에서는 여전히 서먹해 보였는데 저녁을 먹고 잠시 노는동안 다시 친해져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름마다 잠시 만나지만 그래도 한참동안 준이 형아를 찾았던 호호형제였는데 이제 너무 커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든다. 남은 여름 준이도 바쁘겠지만 더 기억할 거리를 함께 만들고 돌아가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