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호호형제는 한국 나이로 13살 9살이 된다. 조바심을 내 봐도 아이들은 기다리지 않고 자라서 벌써 이만큼이나 컸다.
초등학교 최고학년이 되어버린 루호도, 1학년이라는 막내학년의 꼬리표를 뗀 예호도 익숙하지가 않다. 먼 미래였던 것이 자고 일어나니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 그러나 그것보다 놀랍고 적응이 안되는 것은 나의 나이다.
새해가 밝았다. 호호형제는 한국 나이로 13살 9살이 된다. 조바심을 내 봐도 아이들은 기다리지 않고 자라서 벌써 이만큼이나 컸다.
초등학교 최고학년이 되어버린 루호도, 1학년이라는 막내학년의 꼬리표를 뗀 예호도 익숙하지가 않다. 먼 미래였던 것이 자고 일어나니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 그러나 그것보다 놀랍고 적응이 안되는 것은 나의 나이다.
종로에 새로 문을 연 자이온.
1미터가 채 될까말까한 골목 맞은 편으로 횟감이 될 수조 속 물고기를 보며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곧 사라질까 서둘러 돌며 사진 찍던 세운상가를 내려다보며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기가 막힌 곳이다.
방점을 찍는 루프탑에 올라 오늘 초대 받은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아이들이 자이온을 즐길 때가 될 때즈음엔 서울 곳곳에 자이온들이 펼쳐져 있기를 소망해본다.
좋은 건 다 너희들의 것이다!!! 아이들아.
행복하게 보내려고 애를 썼던 이번 겨울.
아니, 주신 행복을 다른 것으로 가리지 않고 그대로 느끼려고 애를 썼던 겨울이다.
연말 장식으로 종이카드를 창문에 매달고 카드 뒷면마다 쓰인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헀고,
몇 번인가 눈을 맞기도 하고,
겨울이라 더 애틋하던 산책들도 있었고,
갑작스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 수영장에 초대를 받기도 했고,
함께 모여 과일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기도 했고,
새벽 차가운 공기를 뚫고 새벽기도를 가기도 했다.
자기가 태어나고 쭉 자라온 집을 갑작스레 떠나온 예호의 아쉬움은 조금씩 잦아드는 것 같았지만
새로운 집을 위한 기도는 늘 불안한 마음이었고 기도를 하고나면 예호는 오히려 예전 집 얘기를 하곤 했다.
(그래도 루호는 자기 방이 생긴다는 기대로 늘 들떴다.)
한 살이 더 먹은 아이들은 최고학년이 된다는 것도, 1학년이 된 것도 신기한데 이제 막내 학년이 아니란 것도 모두 믿기 힘든 사실이 되었고,
약간의 게으름을 누리는 동안 겨울은 지나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유니폼들을 꺼내 경건하게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고 월드컵 모드에 돌입했다.
유니폼을 꺼내니 매니아에 가까웠던 젊은 날들이 떠올라서
아빠가 광화문에 처음 응원 나간 사람 중 하나야, 그 다음에 붉은 악마가 생겼지.
라고 말해도 아이들은 그게 뭔데 그러지? 하는 눈빛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들들과 함께 보는 월드컵이라니 또 다른 감격이 있다.
예호는 골키퍼는 왜 색깔이 달라요? 하는 질문 이후로는 지루해서 뒹굴거리다 잠들었지만
이번 월드컵은 아들들과 함께 했고 충분히 드라마틱했으므로 만족한다!
우리가 살던 집은 나보다도 나이가 많았지만 불만이 있기는 커녕 감사함으로 가득찬 집이었다. 그래서 집의 이름도 마레(충만)하우스라고 짓고 살았다. 루호가 아주 어렸을 적, 예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사를 와서 벌써 8년을 살았다. 호호형제에게는 아마도 '우리집'이란 곧 8년동안 살았던 이 집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집에서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사를 하게 된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할 것이다. 생각보다 갑자기 떠나게 되었지만 어차피 곧 떠나야만 했을 집이라는 건 분명했다. 이사를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자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모든 추억이 다 담겨있는 집을 떠나야 한다는 건 아이들에겐 어쩌면 청천벽력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집을 보았을 때 집앞 길에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싱그러웠고, 흔하지 않은 다락방은 아이들의 자랑이 되었으며, 신경쓰지 않고 마구 뛰어놀아도 되는 것이 두 남자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았다. 좁은 마당이지만 인조잔디를 깔고 여름이면 튜브에 바람을 넣어 수양장을 펼쳐 준 것도 아이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다락방은 아이들이 올라가기에도 좁고, 작은 수영장을 펼치고 놀기에도 아이들은 너무 커버렸다.
집을 비우고서야 정말로 이렇게 낡은 집이었나 싶다. 그동안 포근하고 든든했던 기분은 온데간데 없고 앙상하고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잘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 창문 틈새로는 겨울바람이 들이닥칠 것이고, 타일이 다 깨져버린 화장실은 곰팡이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집이다. 정말 좋은 집은 어떤 집일까?
코로나로 중지 되었던 학교 행사들이 하나 둘 다시 시작되려 한다. 예호는 처음으로 운동회를 경험했다. 즐거운일이 많은 학교생활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