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12[2022] 2023. 3. 17. 15:39

행복하게 보내려고 애를 썼던 이번 겨울.
아니, 주신 행복을 다른 것으로 가리지 않고 그대로 느끼려고 애를 썼던 겨울이다. 
연말 장식으로 종이카드를 창문에 매달고 카드 뒷면마다 쓰인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헀고,
몇 번인가 눈을 맞기도 하고,
겨울이라 더 애틋하던 산책들도 있었고,
갑작스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 수영장에 초대를 받기도 했고,
함께 모여 과일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기도 했고,
새벽 차가운 공기를 뚫고 새벽기도를 가기도 했다. 

자기가 태어나고 쭉 자라온 집을 갑작스레 떠나온 예호의 아쉬움은 조금씩 잦아드는 것 같았지만
새로운 집을 위한 기도는 늘 불안한 마음이었고 기도를 하고나면 예호는 오히려 예전 집 얘기를 하곤 했다. 
(그래도 루호는 자기 방이 생긴다는 기대로 늘 들떴다.)
한 살이 더 먹은 아이들은 최고학년이 된다는 것도, 1학년이 된 것도 신기한데 이제 막내 학년이 아니란 것도 모두 믿기 힘든 사실이 되었고,
약간의 게으름을 누리는 동안 겨울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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