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호가 처음 세상에 나온 날,
예호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나오지 못했고 부모일지라도 하루에 두 번 잠시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나는 작은 몸에 치렁치렁한 무언가를 잔뜩 달고 있는 아기를 향해 ‘바로 옆에 있으니까 걱정마. 아빠가 옆에 있을게’라고 속삭이고는 중환자실을 나서곤 했다.
그러나 규정상 엄마가 퇴원을 해야 하는 날짜가 되어도 예호는 중환자실을 나설 수 없었고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예호를 홀로 병원에 남겨두어야 했다.
지금도 종종 그 생각을 하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진다.

그러나 예호는 너무나 활동적인 일곱 살이 되었고 키도 또래 중에 큰 편에 속한다.
다른 모든 것들도 또래에 비해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이는데 단 한가지 걱정인 것은 아직도 밤에 기저귀를 차고 잔다는 것이다.
보통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들이 기저귀를 늦게 뗀다고 하는데 예호가 밤에 쉬야를 할 때마다 중환자실에서 지키지 못한 약속이 생각나곤 한다.
옆에 있는다고 했는데, 엄마 품에 안겨 있어야할 그 연약하고 외로운 시간들에 자기도 모르는 공포가 생긴건 아닌지...

오늘도 새벽에 예호는 슬그머니 엄마 아빠의 침대로 올라와 잠을 잤다.
혼나는 게 싫어서인지, 다시 제 침대로 데려다 눕히는 게 싫어서인지 발끝에 몰래 와서 눕는다.
그러면 나는 악몽을 꾸며 불편한 잠을 자거나 깨기도 한다.
지혜는 그런 예호가 딱해 위로 데리고 올라오고 그러면 예호는 특유의 ‘야옹야옹’ 애교를 부리며 씨익 웃는다.
엄마 아빠에게 와서 안심이 된 건지 오늘은 밤중에 쉬야를 하지 않았다.
예호는 칭찬도 받고 밤중에 쉬야를 하지 않으면 받는 스티커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목표로 했던 50밤이 거의 스티커로 다 찼다.
쉬야를 하지 않는 50밤이 지나면 이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은 버리고 싶다.
예호도 더는 두려워하지 않고 잘 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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