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9[2019] 2019. 9. 26. 13:54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헛헛한 마음이지만 처음으로 여유가 생겼을 때 엄마 아빠와 아이들 모두가 가는 여행 계획을 세웠다. 

헛헛한 마음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보다 좋은 게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선물처럼 드리고 싶었는데 결국 아버지에게 선물을 받는 꼴이 되었고 열심히 여행일정을 짜고 가장 비용을 아끼도록 찾아보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성수기가 되기 전 마지막주로 일정을 잡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그 즈음까지가 비성수기 혹은 준성수기 요금이 적용되어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비용은 많이 아낄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정확하게 예상대로 장마마저 찾아와 준 것이 문제. 제주에 있는 내내 비오는 날씨라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제주에 장마는 그져 스쳐지나가는 비구름일 뿐인 것 같았다. 비가 오기도 했지만 언제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이 나오기도 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커다란 차에 모두 함께 타고 여기 저기 다니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인, 장모님, 지은이와 함께 왔던 여행 때도 그 기억이 너무 좋게 남아 오래 행복했었다. 나에게는 여행을 함축하는 의미로 커다란 자동차가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몇년 동안 계속 제주도로만 여행을 다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차에서 떠들기도 하고 그러다 아이들이 잠들기도 하고 풍경을 멍하니 보기도 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원을 이루어 다함께 제주도를 누비기 시작한 것이다. 

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 말타기, 회와 돼지오겹살 그리고 고기국수 같은 맛있는 먹거리, 예쁜 카페들, 멋진 리조트에서의 아침식사와, 수영과 산책, 신비롭던 반딧불 숲 등, 수많은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무엇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온전히 함께하는 며칠을 보낸 그것이 가장 따뜻한 기억이 될 것 같았다. 

저녁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꽉꽉 채운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빨갛게 노을이 지고 루호는 '안녕 제주야.'하고 인사를 한다. 외출 한 번 맘놓고 못하시던 부모님과 이런 며칠 동안의 여행은 감격 그 자체였다. 행복한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아쉬음이 컸지만 금방 또 더 좋은 곳으로 함께 여행가기를 꿈꾸며 내 마음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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