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도

11[2021] 2021. 3. 8. 00:20

높은 산은 아니지만 몇 걸음 걸어들어가면 그래도 세상에서 분리된 듯한 깊숙함이 느껴진다. 
기괴하리라 느껴지는 기도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고
처음 접하는 사람은 조금 당혹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 산기도다.
그런 산기도를 루호는 몇 번째 함게 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 여름 엄마를 위해 기도하러 왔을 때 송충이에 놀란 뒤로 오지 않다가
또 기도할 꺼리을 주셔서 송충이가 없는 계절임을 확인하고 다시 따라나섰다. 

나는 산기도를 좋아한다.
기도원이라는 이름으로 기도를 쥐어 짜주거나 미혹시키는 체험을 보여주는 곳들보다는
조용히 방해 받지 않고 기도할 수 있어서 좋고, 골방처럼 답답하지 않아서도 좋다. 

각자 한 시간의 기도시간을 주고 다시 모이기로 해서 나는 산 꼭데기까지 올라갔다가 시간에 맞춰 내려왔다.
루호는 기도를 잘 했을가 혹시 지루하지나 않았나 싶어서 슬쩍 옆으로 가서 서 있으니 
'아빠 언제 왔어?' 한다.
'다 했어? 다 했으면 가자.' 하니
'아니 아직.' 이라며 기도를 계속한다.
지루해 할가봐 갔는데 방해만 한 꼴이 되었다. 

나는 잠재의식 속에 기도에 대한 유년기의 체험이 없어서 기도가 주로 힘겹게 느껴진다.
어릴적부터 기도에 대한 수많은 체험을 해 온 루호는 과연 어떤 기도를 할까?
많은 것들이 아빠를 앞지를 것이지만 기도는 이미 앞지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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