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내 책상의 이름은 피터팬 책상이었다. 내가 붙여준 이름이 아니라 책상이 판매되는 이름이 그랬다.책상에 형광등 전등이 달렸고 서랍도 세 칸이나 있는, 굉장히 인기도 많았던 책상이었다. 내 물건 중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학생스러운 것이었으므로 꽤나 좋아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죽 아꼈으면 책상에 딸린 서랍을 동생과 같이 쓰는 문제로 엄청 다투기도 했었다. 아마도 책상을 두 개 까지 사줄 수는 없어서, 그리고 동생이 아직 어려서 서랍이라도 같이 쓰라고 하신 것 같은데 아무튼 그때는 내 가장 소중한 것을 공유하는 것이 싫어서 화를 냈던 것 같다. 

지혜는 루호가 초등학생이니 이제 책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정작 알아 보고 있는 것은 의자였다. 책상보다 의자가 수배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사주려는 의자가 생각보다 비싸서 구입을 망설인게 일 년이 훌쩍 넘어갔다. 그러다보니 좀 쓸데 없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사기에 의자가 너무 비싼 것 같다가도 오래 쓰려면 그정도 좋은 의자는 사야 할 것 같기도 했고, 너무 고가의 의자여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되다가도 루호의 의자인데 그것만은 제대로 된 걸 사줘야지 싶기도 했다. 시실 좋은 물건을 사서 아끼고 오래쓰는 주의라서 옛날 같았다면 그냥 사고 또 만족했겠지만 아무래도 하품스튜디오가 생긴 뒤부터는 더 숙고하게 된다. 

어느날 지혜가 지난 일년 반동안 본 중에 가장 싼 곳을 찾았다며 알려줬다. 사실 종종 있어왔던 일인데 그날은 그냥 갑자기 구매를 하게 됐다. 조금 더 여유가 있어서 구매 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다음달이 되면 더 엄두가 안 날 것 같아서였다. 의자에 비해서 저렴한 책상 (2만8천원)도 이케아에 가서 일사천리로 구매해 그날 바로 조립을 했다. 조명도 달아주고 꾸며주니 기분이 뿌듯하다. 피터팬 책상에 앉을 때 그 기분이 느껴질 정도로. 좋아하는 루호의 표정을 보니 그동안 망설였던 게 미안해 진다. 주하에게 받아서 그동안 루호의 책상이었던, 이제는 작아져서 앉을 수가 없던 것을 분해하니 예호는 또 자기 책상으로 쓴다며 다시 조립해 달라고 한다. 신기하게 자기 것도 사달라고 떼쓰지는 않네. 

어디까지가 필요이고 어디부터가 욕심인지 잘 구분되지 않을 때가 많다. 종종 욕심이 이겨서 죄책감이 들거나 이번처럼 고민만 하다가 초라한 심정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에 관한 것은 더 격한 감정일 때가 많다. 부모라는 역할이 때론 더 큰 시험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결국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이 누리고 살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의자와 책상이 내 욕심에 차지 않을 만한 것들이었다면 사 놓고도 자괴감에 시달렸을 것 같다. 앉아 보니 의자가 정말 편하고 튼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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