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에 서울재즈패스티벌이 열리는 날 즈음이면 장미정원이 오픈을 한다. 
루호가 장미를 좋아해서 2년째 서울재즈패스티벌이 열리는 날 올림픽공원에 갔다. 
작년에 비해 사람이 좀 줄어든 것 같기는 하지만 주차를 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한 건 여전했다. 
장미를 핑계로 불편을 감수하고 날짜를 맞춰 공원에 가는 건 사실 패스티벌 기분을 내고 싶어서다. 

스물두살 오스트리아 빈 시청 앞 광장엔 오페라 공연이 중계되고 있었고 여행중이던 나는 친구들과 함께 간단한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었다. 
아마도 그 날의 맥주처럼 맛있게 느껴진는 맥주는 마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날 마신 것은 단순한 맥주가 아니라 젊음과 여유, 이국적인 분위기와 좋아하는 사람들, 이름도 알 수 없는 음악 같은 다시는 조합할 수 없을 것들이었다. 
그런 기분을 비슷하게 낼 기회가 오면 나는 기어코 맥주 한 잔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날과 비슷한 기분에 근접하기는 어렵고 그저 그날의 추억을 되씹으며 감상에 젖을 뿐이다. 
그나마 서재패는 가장 그날스러운 분위기의 패스티벌이라 가능하다면 날짜를 맞춰 오게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공원으로 나오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 나름대로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일회용잔에 담긴 맥주 한 잔을 들고 기분을 내 보지만 작은 만족 속에서도 초대 받지 못한 손님처럼 겸연쩍은 마음이 들고 (그 먼 오스트리아에서도 그렇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나와 같은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달래본다.  
아이들의 뒤통수에 대고 '너희들은 여기저기 멀리까지 많이 가보거라.'라고 말하는 나의 바람은 아랑곳 않고
루호는 장미와 함게 셀피를 찍어대고 예호는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다. 
이제 앞으로 아빠보다 더 많이, 더 멋진 패스티벌들을 즐기기를.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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