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의 기적

10[2020] 2020. 9. 8. 17:22

루호가 혼자 잠을 자고 중간에 엄마 아빠를 찾아오지 않기로 약속한 건 2년 정도 전의 일이다. 
백번의 밤을 아침까지 혼자 잘 자면 닌텐도스위치를 선물로 받기로 하고 성공하는 날마다 하나의 스티커를 붙였다. 
-웬일인지 지혜가 정해 준 선물이었다. 내가 아니라.-
100개의 스티커를 다 모으는데 1년 반이 걸렸는데 그즈음 코로나로 닌텐도스위치의 가격이 두 배 이상 뛰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약속을 지켜야 하지만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사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또 반년의 시간이 흘렀고
미안해진 나와 지혜는 공식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위로의 작은 선물을 주겠으니 대신 기다려야 한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늘 그렇듯이 착한 루호는 응. 이라는 한마디로 납득.

그즈음 친구들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마침 사무실에 있던 루호가 인사를 하고 우연찮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친구 찬이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스위치가 뭔데?'
'애들 게임기야. 몰라? 요즘 수입 안되는데 인기가 많아서 부르는 게 가격이야.'
'그래?'
찬이는 8살때 만난 가장 오래 된 친구지만 오랜세월 만나면서도 각별하게 지내지는 못했었다. 
8살 때는 우리를 삼총사로 부르며 정말 각별한 우정이었는데 그건 그저 어린날의 추억처럼 묻혀있었다. 
그러다 정말 신기하게 삼총사의 나머지 한 명을 30여년만에 재회하게 되면서 찬이와 각별함이 다시 생겨나는 중이었다. 
사무실을 이전한 걸 안 찬이는 뭘 사주면 좋겠냐고 물어왔지만 난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는 중이었다.  
'그거 주문했다.'
필요한 게 뭔지 알겠다는 듯 스위치 이야기를 들은 찬이는 그 자리에서 주문을 했다고 했다. 인터넷최저가가 5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최근 녀석이 돈을 좀 벌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선뜻 사주기는 어려운 돈일텐데 나는 놀라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같이 있던 친구들에게도 좀 민망하고. 

며칠이 지나 진짜로 닌텐도스위치가 도착했다. 혹시 농담이었나 싶어서 루호에게는 아빠 친구가 장난 친 걸수도 있다고 언질을 해주었는데 진짜로 스위치가 도착하니 그야말로 좋아서 방방 뛰었다. 놀라운 일이다. 약속은 했지만 선물로 좀 과하다 싶기도 했는데 -두 배가 넘는 가격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결국 채워주신 것도, 그보다 나에겐 내 가장 오래된 친구를 다시 가까이 붙여 주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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