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호가 유치원에 가는 길에 뜬금 없이 '나도 날 수 있다면...'하고 말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가 말하는 걸 보면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루호의 말을 듣고 나는 어린 시절 꾸던 꿈이 생각나서 '아빠도 하늘을 나는 꿈 많이 꿨는데, 용을 타고 날기도 하고 뚝 떨어지기도 하고.' 이렇게 말을 툭 던지고 보니 루호가 바라던 하늘을 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장면이구나 싶어 문득 말을 끊고 우리 둘 사이에는 침묵이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나는 하늘을 날고 싶다거나 날개가 갖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지도 한참 된 것 같다.

분명 기억이 닿는 끄트머리에는 희미하게 하늘을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소원이 이뤄지지는 않을까? 투명인간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뭐가 더 좋을까? 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어느새 그건 그냥 불가능한 일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루호도 오래 지나지 않아 저런 바람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어떤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그 어떤 바람도 하늘을 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보다 멋지지는 않을 것이다. 엄청나게 넓은 집에서 산들, 슈퍼카를 타고 다닌들 어찌 하늘을 나는 것보다 멋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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